‘지지부진’ 침례병원 공공화… 부산시 '매각 카드' 쓰나?

입력 : 2025-03-03 18:23:56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BHS한서병원과 매각 문제 놓고 논의
공공화 실패 대비 다른 방안 고려 의도
적자 우려에 1순위 보험자병원은 표류
병원 측 견적 받기 위해 현장 방문도
현재까지 구체적 논의 이뤄지지 않아

매각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 부산 금정구 침례병원. 정종회 기자 jjh@ 매각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 부산 금정구 침례병원.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가 보건복지부의 잇딴 재논의 결정으로 침례병원 공공화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역 한 병원과 침례병원 부지 매각 논의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침례병원 공공화 실패에 대비해 플랜 B로 매각 카드를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부산시가 침례병원 매각 문제를 놓고 BHS한서병원과 논의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한서병원 측이 침례병원 부지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갔다.

한서병원 측은 침례병원 부지 견적을 받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파산과 동시에 폐원한 침례병원은 부산시가 3년 전 499억 원가량을 투입해 매입한 뒤 건강보험공단 직영 보험자 병원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사업에 드는 예산은 2475억 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런 부산시 계획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업 추진에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 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통과가 최종 관문이지만 건정심에서는 계속 제동이 걸리고 있다. 건정심에서 안건 의결만 이뤄진다면 곧바로 보험자병원 설립 절차에 들어가지만 이 문제는 2023년 12월 보건복지부 건정심 안건으로 처음 상정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2차례 연속 재논의 결정이 내려졌다.

건정심 당시 심사위원들은 적자 운영 우려를 제기했다. 부산시가 계획하는 300병상 규모의 회복기 병원으로는 재정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4년간 부산시가 적자 지원을 해주겠다고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건강보험공단 재정은 국민들이 납부하는 보험료다. 재정을 투입해서 만들었더니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지자체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건강보험공단 입장이다. 병원 역할이 모호해 부산의료원과의 중복 우려가 있고, 우수한 의료 인력 확보 가능성도 의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사업 내용을 잘 아는 심사위원 상당수가 최근 교체된 사실도 또 다른 변수다. 24명의 건정심 위원 가운데 9명이 최근 교체됐는데 이런 위원 교체로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논의 더욱 지연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논의가 표류하는 사이에 시와 BHS한서병원 간에 침례병원 매각 얘기가 오가자 시가 공공화 실패에 대비해 ‘플랜 B’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매각 논의는 현재 진행되지 않는 상태다. 한서병원 관계자는 “인수 논의가 잠깐 있었으나 현재는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침례병원 공공화를 위한 건정심 소위 통과가 실패할 경우 시가 매각 논의를 다시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시도 침례병원이 당초 계획대로 보험자병원이 되는 것이 1순위고,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병원 부지를 팔 이유도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다만, 만약의 상황을 고려하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달 안에 다시 건정심 소위에서 침례병원 공공화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계속 건정심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 침례병원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열어두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