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지화 수순’ 거제 둔덕골프리조트 기사회생했지만...

입력 : 2025-03-26 10:54:47 수정 : 2025-03-26 16:59:55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거제시, 기한 만료 실시계획인가 취소
대신 사업시행자 지정은 8월까지 유예
실시계획인가 다시 받으면 재추진 가능
공매 처분 부지 재확보·자금 조달 관건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에 조성될 예정이던 ‘나폴리 거제 골프&리조트’ 투시도. 부산일보DB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에 조성될 예정이던 ‘나폴리 거제 골프&리조트’ 투시도. 부산일보DB

속보=민간사업자 자금난에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백지화 수순에 들어갔던 경남 거제시 둔덕면 골프리조트 조성 사업(부산일보 1월 21일 자 12면 등 보도)이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거제시가 사업권 회수에 앞서 사업자 측에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사업 부지가 통째로 팔려버린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도 얼어붙어 자금 조달이 여의찮은 상황이라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5일 거제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나폴리거제 골프&리조트’ 시행사인 (주)서전리젠시CC에 지난달 진행했던 ‘실시계획인가 및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청문’ 결과를 통보했다. 지난 연말 실효된 실시계획인가는 취소하되 사업시행자 지정은 8월 31일까지 유예하는 게 핵심이다. 당분간 사업자 지위를 유지해 줄 테니, 기한 내 사업을 정상화하란 의미다.

거제시 관계자는 “사업자 의지와 실현 가능성, 백지화에 따른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번 더 기회를 준 셈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계속 추진을 위해선 우선 9월이 되기 전 실시계획인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기존 계획이 무효 처리된 탓에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하는데, 정작 바탕이 될 땅이 없다.

서전리젠시가 자금난에 허덕이는 사이 사업 부지인 둔덕면 술역리 207-4번지 외 219필지 103만 2967㎡가 타이거레저(주)에 넘어갔다. 낙찰가는 337억 300만 원, 감정가 725억 4400만 원의 46.5%였다.

타이거레저는 서울 소재 중견 토목건축 공사 업체인 두화공영 계열사다. 경기도 파주 소재 타이거컨트리클럽을 운영 중이다. 앞서 서전리젠시가 초기 자금을 확보하려 연계 자금(브릿지론)을 일으킬 때 골프장 시공권을 확보하려 ‘신용 보강’을 제공했던 파트너사다.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에 조성될 예정이던 ‘나폴리 거제 골프&리조트’ 투시도. 부산일보DB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에 조성될 예정이던 ‘나폴리 거제 골프&리조트’ 투시도. 부산일보DB

서전리젠시는 당시 300억 원 규모 우선수익권증서를 발행하고 320억 원 규모 브릿지론을 조달했다.

그런데 본 PF가 막혀 브릿지론 상환이 지연되자 ‘채무 인수 약정’에 따라 타이거레저가 관련 채권을 매입한 뒤 사업 부지까지 사들였다. 서전리젠시를 대신해 사업을 잇겠다는 의도였다.

이후 양측은 사업권 양도양수를 위해 몇 차례 접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설상가상 이번 청문에서 서전리젠시가 당분간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서 일은 더 꼬였다.

서전리젠시가 사업을 재개하려면 타이거레저로부터 다시 용지를 매입하거나 사용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채무 인수 등으로 이미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타이거레저가 순순히 협상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당장 타이거레저가 전면에 나서기도 어렵다. 사업권은 여전히 서전리젠시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사업을 정상화하려면 14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사업비를 제때 조달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건설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PF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인근 지역 어민과 환경단체의 반발 여론도 잠재워야 한다.

둔덕만어업인대책위원회와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지난달 19일 거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민 생존권과 청정 바다 그리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골프장 개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일보DB 둔덕만어업인대책위원회와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지난달 19일 거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민 생존권과 청정 바다 그리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골프장 개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일보DB

거제시 관계자는 “서전리젠시는 타이거레저와 잘 협의해 어떻게든 유예 기한 내 해결하겠다고 했다”며 “일단은 납득할 만한 결과물을 가져올지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나폴리거제는 18홀 대중제 골프장과 122실 콘도미니엄을 갖춘 복합리조트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서전리제신가 2008년부터 골프장 건설을 추진했지만 사업비 조달을 못 해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골프 산업이 초호황기를 맞으면서 재추진 동력을 얻었지만, 또다시 PF에 실패하며 첫 삽을 뜨지 못했고, 결국 작년 말 실시계획인가 기한이 종료됐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