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북부교도소 수용자 500여 명 이송, 천연기념물도 소실

입력 : 2025-03-26 1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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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 등 돌발상황 없어

울주 목도 상록수림 일부 불 타
의성 고운사 가운루·연수전 전소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도 위험
국가유산 재난 위기 ‘심각’ 발령


25일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수용자를 태운 법무부 버스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교정 당국은 이날 오후 경북북부교도소가 있는 경북 청송군 진보면 일대까지 산불이 번지자 버스를 이용해 수용자들을 인근 교정기관으로 이감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25일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수용자를 태운 법무부 버스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교정 당국은 이날 오후 경북북부교도소가 있는 경북 청송군 진보면 일대까지 산불이 번지자 버스를 이용해 수용자들을 인근 교정기관으로 이감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밤사이 경북 동북부 일대에 번진 산불로 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 수용자 일부가 다른 교정기관으로 옮겨지고 문화유산들도 피해를 보았다.

26일 법무부에 따르면 경북북부 제2교도소 수용자 등 약 500명이 산불 확산에 대비해 대구지방교정청 산하 교정기관으로 이송됐다. 법무부는 전날 저녁 산불 확산세가 거세자 안동교도소 800여 명, 경북북부 제1·2·3교도소와 경북직업훈련교도소 2700여 명 등 3500여 명의 수용자를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후 경북북부 제2교도소를 제외한 교정시설 주변에서 진화가 이뤄지고, 바람 방향이 바뀌는 등 상황이 호전되면서 제2교도소에서만 이송이 이뤄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수용자들은 호송 버스 등을 이용해 이동했고, 탈주와 같은 돌발상황은 없었다.

산불로 문화유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울산 울주군의 천연기념물 '울주 목도 상록수림' 전체 면적 1만 5000여 ㎡ 가운데 1000㎡ 면적이 불에 타는 등 피해를 보았다. 울주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인 목도는 동백나무를 비롯해 곰솔, 사철나무, 후박나무, 다정큼나무, 벚나무, 팽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자라는 곳이다. 우리나라 동해안 쪽에 있는 유일한 상록수림으로 생물학적 가치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국가유산청은 화재 당시 열기와 연기 등으로 간접 피해를 본 나무는 상태를 확인한 뒤, 생육 상태를 비교해 추후 회복 치료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문화유산자료인 '운화리성지'에서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경북 의성군 고운사도 전날 사찰을 덮친 화마에 큰 피해를 봤다. 26일 조계종에 따르면 고운사를 덮친 화마에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이 형체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렸다. 고운사 입구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도 앙상한 뼈대만 남긴 채 전소됐다.

가운루는 계곡을 가로질러 건립한 누각 형식의 건물로 지난해 보물로 승격됐다. 가운루보다 먼저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 역시 조선 왕실과 인연이 깊은 건물로 유명하다.

경내 또 다른 보물인 '의성 고운사 석조여래좌상'이 있었던 곳 역시 화마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승려들이 전날 불상을 옮기며 보전됐다.

한때 전소됐다는 추정이 돌던 천연기념물 ‘영양 답곡리 만지송’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수나무’로 불리는 만지송은 경북 영양군 답곡리의 마을 뒷산에서 자라는 소나무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만지송 주변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만지송 보호책 일부가 그을렸지만, 현재까지 나무에는 이상이 없다.

26일 인근에 번진 산불로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 자욱한 연기가 유입되자 소방 당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산림과 소방 당국은 방사포 등 장비를 동원해 마을 곳곳과 가옥 등에 물을 뿌리고 있다. 하회마을에는 밤사이 방사포 등 장비 8대와 인력이 추가돼 산불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산림 당국은 밤사이 큰불이 난 남안동IC 지역에 추가로 물을 뿌리면서 연기가 많이 발생해 풍산읍 하회마을과 인근 풍천면 도청 쪽으로 대량 유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어담 쪽 화선이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5.4㎞까지 올라와 있다.

앞서 25일 국가유산청은 전국에 국가유산 재난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4단계 재난 위기 경보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26일 오전 경북 의성군 고운사 연수전이 불에 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게 무너져 있다.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은 전날 고운사를 덮친 산불에 타 전소됐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경북 의성군 고운사 연수전이 불에 타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게 무너져 있다.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은 전날 고운사를 덮친 산불에 타 전소됐다. 연합뉴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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