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적 재난으로 번진 산불, 인명 피해 총력 저지해야

입력 : 2025-03-27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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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드러난 현장 부끄러운 현실
여야 협치 복원으로 대책 마련해야

26일 오후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야산에 산불 진화용 헬기가 추락해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야산에 산불 진화용 헬기가 추락해 있다. 연합뉴스

좀비처럼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는 ‘괴물 산불’의 기세가 닷새를 넘게 이어지면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진화대원에서부터 민간인까지 이번 산불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들만 20명을 넘어섰다. 26일에는 산불을 끄던 헬기까지 추락해 조종사가 숨지는 등 인명 피해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이 같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산불의 완전 진압을 위해서는 27일부터 예보돼 있는 비소식만 기다려야 할 정도로 우리의 산불 현장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재난 앞에서 고스란히 치부를 드러내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모습이 이번 산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각종 예산을 비롯한 사회적 가치가 정작 필요한 곳에 배분되지 못하는 데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중앙재난안전본부는 26일 오후 4시 기준 이번 산불로 숨진 사람이 모두 2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경북에서만 20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으며 경남에서도 4명이 숨졌다. 중경상자도 경북 15명, 경남 9명, 울산 2명 등 26명에 달한다. 체계적이지 못한 주민 대피 조치가 민간인들의 인명 피해를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가운데 26일 경북 의성에서는 산불 진화 작업 중이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산림청 보유 진화헬기 중 8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어 투입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헬기 추락 사고까지 겹쳤다고 하니 진화 여건은 더욱 열악해졌다.

이번 산불은 피해면적으로만 따져도 1만 2000ha를 넘는 역대 세 번째 규모의 대형 산불이라는 의미 외에 진압 현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산불로 기록될 듯하다. 산불 진압을 맡은 산림청·지자체 소속 산불진화대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는 말할 것도 없고 고용 형태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라 전문성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처우가 열악하니 진화대원의 새로운 수급은 언감생심이라 평균 나이가 60세를 훨씬 웃돈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나라 곳간에서 아낌없이 뿌려지곤 하던 국가 예산이 정작 재난에서 사회를 마지막으로 지켜내는 필수 안전망의 수선에는 미치지 못하는 이 같은 현실을 언제까지 개탄만 해야 하는가.

그나마 이번 산불을 계기로 여야 정치권이 발빠르게 피해 복구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며 손잡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국민의힘이 제시한 여야정 국정협의회 재가동 제안에 더불어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적극 호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헌법재판관 임명 등을 놓고 끝없이 반목하면서 민생을 뒷전으로 밀어냈던 정치권이 산불을 계기로 민생 논의 물꼬를 튼 것이다. 논의는 피해 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어렵사리 시작한 여야의 이번 논의가 근본적인 산불 대비책 마련을 위한 예산 편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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