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고미술과 명화가 거래되는 마스트리흐트 테파프

입력 : 2025-03-27 1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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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컨시어지 대표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테파프(TEFAF)의 시그니처 꽃 장식. 이상훈 제공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테파프(TEFAF)의 시그니처 꽃 장식. 이상훈 제공

프리즈(Frieze)가 2022년 국내에 상륙하면서 아트페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과 동시에 한국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아트부산, 부산국제화랑 아트페어(BAMA) 같은 지역 아트페어도 십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트바젤, 프리즈와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테파프(TEFAF)가 열리는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마지막 날 행사장을 찾았다. 생경한 지명인 마스트리흐트시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며 국토의 남쪽 끝자락 국경이 반도처럼 돌출되어 있는 곳에 있어 독일, 벨기에와 국경이 맞닿아 있다. 좌우로 브뤼셀, 뒤셀도르프, 쾰른 등의 주요 도시와의 거리가 불과 100km. 한 시간이면 닿는 교통의 요지이다.

유럽미술박람회(The European Fine Art Fair)의 약자인 테파프(TEFAF)는 마스트리흐트에서 1988년 처음 문을 열었다. 아트바젤, 프리즈와 가장 큰 차별점은 고미술부터 현대 미술까지 망라한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도 마스터피스, 즉 거장들의 명화를 거래하는 시장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올해 가장 화제가 되었던 구스타프 클림트,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같은 작품이 거래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구매자가 개인 컬렉터 뿐 아니라 주요 미술관, 박물관인 경우도 있다. 이밖에 고서, 골동품, 보석, 가구 등도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참가 화랑들이 작품 설치를 마친 직후 바로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동안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작품 이력을 검증받고 또 작품성까지 인정된 후에야 비로소 전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팝업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세련된 전시 부스도 테파프만의 특징이다. 혹자는 아트바젤, 프리즈가 마치 시장과 같은 분위기라면, 테파프는 명품 백화점이라고 비유하는데, 그만큼 고급스런 분위기는 페어와 출품작을 돋보이게 했다.

마지막 날 방문했기에 작품 상당수가 판매 완료돼 있었다. 마침 안내 데스크에서 귀띰해준 곳도 각각 5000만, 4000만 달러에 낙찰된 피카소와 헨리 무어의 작품이 있는 한 갤러리였다. 이들 작품은 미술관에서나 만날 법한 작품이어서 가격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올해의 경우 국내 갤러리는 가나아트와 페이지 갤러리가 테파프에 참가했다.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직접 부스 디자인을 하고 출품까지 했다는 페이지 갤러리의 경우 12세기 고려시대 연회에서 사용된 청자 사자형 향로, 한국의 전통 목기인 반닫이를 플렉시 글라스로 재해석한 투명 반닫이 등을 선보였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해외에 알리는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테파프는 해마다 3월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5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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