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정치·경제적으로 불안하고 분쟁도 끊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각자가 잘 견뎌야 하겠지만, 최소한으로 음악제에 와서 음악을 듣는 순간만이라도 그동안 잊고 있던 자신의 깊은 내면세계를 다시 접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이 28일 오후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개최한 개막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음악제 주제인 ‘내면으로의 여행’에 담긴 의미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진 예술감독은 “(폐막 공연에서)연주될 벤저민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도 전 세계의 상황을 고려해 하루라도 빨리 이런 상황이 안정되고 평화를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 예술감독은 “산불 등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어서 축제를 벌이는 것이 맞는지 질문을 많이 했다”며 “오랫동안 준비해 왔고 행사를 안 했을 경우 파생될 문제가 있어서 겸허한 마음으로, 준비한 대로 음악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산불 피해 상황을 고려해 28일부터 30일까지 예정된 통영프린지 2주 차 공연을 연기했다. 통영프린지는 전국 각지의 아티스트들이 통영에 모여 벌이는 공연으로, 통영국제음악제의 시작을 알리는 부대행사다. 올해는 380팀이나 지원해 이 중 82팀 117회 공연을 준비했었다. 이번 주 공연은 잠정 연기하되, 다음 주 금·토요일 상황은 추후 상황에 따라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 음악제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대목은 상주 연주자로 참여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행보다. 2019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15세)로 우승해 통영과 인연이 있는 임윤찬은 28일 개막 공연 협연자에 이어 30일 리사이틀을 연다.
진 예술감독은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조명하는 것 못지않게 한국 출신의 연주자를 배출하고 그들을 계속 도와주는 것도 통영국제음악제의 중요한 사명”이라면서 “이번에 임윤찬 군이 다행히 시간이 돼 기쁜 마음으로 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영은 사실상 임윤찬 피아니스트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라며 “기꺼이 연주하겠다고 해서 기뻤다"고 전했다.
진 예술감독은 다른 상주 연주자인 스페인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에 대해선 “몇 년 전부터 주목한, 신예 첼리스트로 국제적 명성을 얻어가는 첼리스트”라며 “한국 통영의 관객에게 자기 음악을 선보일 기회를 얻게 돼 본인도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페란데스의) 일정이 안 돼서 저희가 욕심내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했는데, 다음에는 다양한 연주를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통영국제음악제 기획 공연으로 드뷔시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공연 ‘에펠탑의 달빛’, 세계 정상급의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 연주와 시각 예술을 결합한 제라르 그리제이의 ‘시간의 소용돌이’를 선보인다고 진 예술감독은 소개했다.
올해로 4년 차를 맞은 소회도 진 예술감독은 들려줬다. “음악제이기 때문에 어떤 곡이 연주되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페스티벌 감독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곡에 집중하는 대신 광고를 크게 해서 많은 청중을 모으자고도 하는데, 정말 많은 청중을 모으려면 음악에 집중해야 합니다. 라인업의 중요성, 라인업의 무게감, 얼마만큼 성심성의껏 준비하느냐입니다.”
‘국제’음악제로서 정체성을 묻는 말에 그는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져 유럽에서 많은 분이 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도 “국경 없는 음악을 선사하고자 연주자를 섭외할 때도 국경과 상관없이 좋은 음악가를 부르고 있다”고 답했다. 그에 더해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사업본부장도 “중장기 플랜의 중요한 점은 아시아권으로 관객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그런 것들을 점차 시작하고 준비해 나가겠다. 발걸음은 이미 뗐다. 올해 음악제에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대만, 홍콩 등의 매체에서도 취재 차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통영=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