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의 야구에 대한 애정이 워낙 크다 보니 흔히 부산을 야구도시, ‘야도’라 부른다. 그래서 롯데 자이언츠 야구는 부산에서 낭만과 추억의 대명사다. 1980년대 식당과 대합실, 택시 안에서도 팬들은 야구에 울고 웃었다. 그 시절 롯데 야구는 시민들에게 큰 즐거움이었고 우승도 선사했으며 그래서 그런지 지역 경기도 호시절이었다.
희로애락이 담긴 롯데 야구가 오랜 기간 침체되고 있다. 우승은커녕 가을야구를 한 지도 까마득하다. 그러다 보니 롯데 야구를 응원하는 부산은행의 ‘가을야구정기예적금’마저 고객들의 비난을 받아 급기야 올해부터 ‘롯데자이언츠 승리기원예적금’으로 상품명까지 바꿨다. 지역금융의 수장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런데다 그룹의 BNK썸 여자 프로농구단도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해 팬들과 시민들께 송구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꽤 상했다. 야구를 비롯한 타 종목 성적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남다른 각오로 이번 시즌을 임했다. 우승은 아니더라도 ‘지역의 자존심을 세우자’는 마음으로 감독과 선수단도 자주 격려하고 구단 차원의 지원도 늘렸다.
그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BNK썸이 기어이 일을 냈다. 강력한 경기력으로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더니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도 정규시즌 준우승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 파죽의 3연승으로 우리은행을 꺾고 창단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작년 꼴찌라는 아픔을 딛고 매 경기 시원하고 파이팅 넘치는 경기력은 물론 악착 같은 플레이로 일궈낸 우승이라 더 드라마틱했다.
언니 리더십, 여성 사령탑 첫 우승, 지역 연고팀 첫 홈 우승 등 여러 뒷이야기도 남겼다. 구단의 지원, 감독의 용병술과 리더십도 우승의 밑바탕이었다. 상대팀 감독은 “얘를 막으면 쟤가 터지고, 쟤를 막으면 얘가 터지더라”며 BNK 선수들의 탄탄한 개인기와 강한 팀워크를 패인으로 분석했다. 결국 감독과 선수들의 유기적인 소통과 단합,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의 농구 팬과 시민 여러분의 하나된 응원이 승리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지역에도 승리의 기운이 절실하다. 경기침체로 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절망, 전국 최고 저출생 지역을 등지려는 청년과 기업, 어수선한 국내외 정세는 물론 최근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 여파까지 덮쳤다. 긍정적 지표라고는 찾기 힘들다. 지역의 어려움에 적극 공감하고 강한 연대와 팀워크가 필요한 시기다.
BNK썸 우승이 팬들과 지역에 작은 기쁨이 되었다면, BNK는 지역에 ‘승리의 기운’을 전하고자 한다. BNK는 지난달 창립 14주년 기념행사를 대신해 전통시장을 찾아 상품 구매와 착한 선결제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경청했다. 부산은행은 부산시가 추진하는 ‘부산 신발 한켤레 사기’ 캠페인에 노사가 한마음으로 동참해 지역 신발산업 부흥도 응원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긴급구호대는 지난달 경남 산불 피해 지역을 찾아 복구작업을 도왔다. BNK가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금융 본연의 역할은 물론, 지역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지역과의 팀워크와 원팀정신이 절실한 시기라는 생각에서다.
나비의 날개 짓이 날씨를 바꾸듯, 작은 기운이 때론 위대한 결과를 가져온다. 배려와 격려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BNK썸이 쏘아 올린 작은 ‘승리의 기운’이 위안과 활력소가 돼 지역에 긍정적 ‘나비효과’를 불러오길 기대해 본다.
사직체육관에 우승 축포가 터지고 전설적인 락밴드 ‘퀸’의 ‘We are the Champions’가 흘러나왔다. 최근 상승세를 탄 롯데자이언츠를 포함 지역의 다른 스포츠 구단에게도 챔피언의 기운이 전해지길 응원한다. 기업은 물론 지역사회 곳곳으로 승리의 기운이 퍼져 낭만과 추억이 서린 그 시절 야도 부산의 명성을 되찾길 희망한다. 필자와 BNK 역시 지역을 가슴 설레게 하고,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늘 고민할 생각이다. BNK의 비전인 ‘세상을 가슴뛰게 하는 금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