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국민의힘 ‘와일드카드’로 거론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대행이 ‘불출마’ 답변을 피하면서 정치권에선 한 대행이 출마를 유력하게 고심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산업 현장을 잇따라 찾은 한 대행의 광폭 행보도 그의 출마설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한 대행은 20일 공개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아닌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연일 ‘한덕수 대망론’이 거론되는 상황 속 한 대행의 이같은 답변은 출마로 무게추가 옮겨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 대행은 지난 8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대선 출마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고민 중”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한 대행이 그간 명확하게 불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데 이어 이같이 출마 여지를 남겨두면서 한 대행의 막판 출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측 관계자는 “당내 의원들이 한덕수 대망론에 불을 지피고 유의미한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자 한 대행의 출마 고심이 더욱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출마로 마음이 기우는 게 아니겠냐”며 “한 대행이 지금까지 명확하게 불출마란 단어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는 게 포인트”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 등록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한 대행이 출마의 뜻을 굳힐 경우 무소속 출마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안이다. 다만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 대부분이 한 대행 출마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주자 중 김문수 예비후보는 유일하게 한 대행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그는 “최근 출마 요청에 대한 한 대행의 온도차가 달라졌다. 출마로 조금씩 마음이 기우는 것 같다”며 “국정 역량을 갖추고 경제·외교 경쟁력을 지닌 한 대행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만이 유일하게 반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한 대행은 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한 대행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선출되지 않은 총리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하는 데 대한 우려에 관해 “나의 권한은 헌법과 관련 법률에서 비롯된다”며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 간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함께 논의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안보 문제를 논의할 명확한 틀이 없다”고 답했다.
한 대행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상호이익(win-win)이 되는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산업 역량, 금융 발전, 문화, 성장, 부는 미국의 도움 덕분”이라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원조와 기술 이전, 투자, 안보 보장 등이 한국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우 편리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행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를 포함해 무역 흑자 축소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며 “해군 조선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가 한미동맹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