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전격 공약하며 부울경 메가시티 화두를 다시 수면 위로 꺼냈다. 지난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부울경 메가시티를 ‘해수부 이전’과 ‘해사전문법원 신설’ 등을 통해 더욱 구체화했다. 지난 3월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회동에서 지역 현안에 대해 입장차만 드러냈던 ‘빈손 회동’ 이후 나온 후속 행보로, 부산 민심 회복을 위한 전략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20일 영남권 순회 경선에 앞서 18일 부산·울산·경남(PK) 지역과 대구·경북(TK) 지역 공약을 공개했다. 18일 SNS에서 이 후보는 “북극항로 개척과 대륙철도 연결로, 미래산업 전환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해양수산부 이전과 ‘30분대 생활권’ 구축으로, ‘융합의 허브 부울경 메가시티’를 글로벌 물류와 산업 중심의 해양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 후보는 해수부 이전을 PK지역 공약의 맨 앞에 내세워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대선 당시 한 차례 공약화에도 끝내 무산됐던 지역 숙원 사업을 화두로 내세워 부산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 셈이다.
해수부 이전과 더불어 또 다른 지역 숙원 사업인 해사법원 신설과 국내외 해운·물류 대기업 본사도 약속했다. 해사법원은 해양 사건이나 분쟁 등을 전담해 처리하는 곳으로 부산이 10여 년간 유치를 시도했지만 지역 간 유치 경쟁 속 번번이 실패해 왔다. 여기에 부산을 해운·물류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HMM 같은 해운 대기업 본사와 연구개발(R&D) 센터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대기업 본사와 R&D 센터 이전에는 세제 혜택도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 대표의 PK 대표 공약인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인프라 구축, PK 광역교통망 완성을 위한 부전-마산역 복선전철 조기 개통, 광역철도 선도 사업인 부산-양산-울산선 건설 지원, 부산역 철도 지하화 사업 뒷받침 등도 총망라해 제시했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오랫동안 요구한 과제들이 대폭 수용한 이번 PK ‘메가 공약’에는 자신에 대한 비토론이 강한 부산에서 반전을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산업은행 이전·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등이 민주당의 반대로 지연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이재명표 PK 공약’으로 부정적 지역 여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중을 담은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번 대선 부울경 지역에서 40%대 득표율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부울경 지역 득표율은 약 39%에 그쳤다. 전국적으로 대승한 22대 총선에서도 유독 PK에서 지역구 40곳 중 34곳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고, 민주당은 5석으로 오히려 이전보다 의석이 줄었다. 이 대표로서는 PK 민심 공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공약은 지난 3월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빈손 회동’ 이후 나온 처음 공식적으로 나온 PK 공약으로 여론 변화를 위한 민심 구애책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번 공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산 유일 현역인 전재수 의원과 차기 부산시장 선거를 준비 중인 최인호 전 의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공약이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내걸었던 부울경 메가시티 공약보다 더 구체화한 내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해수부 부산 이전처럼 정부 의지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을 약속한 것은 지역 균형 개발이라는 목표와 메가시티 실현의 가능성을 키운 것이라는 해석이다. 민주당 시정평가 대안특별위원회을 맡고 있는 최인호 전 의원은 “해수부 이전은 해양수도 부산의 부활과 부울경 메가시티 복원의 결정타로 역할 할 것”이라며 “부산 민심을 지속적으로 살핀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