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고위급 통상협의가 24일부터 미국 현지에서 시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에 따른 양국 의견 조율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번 관세전쟁이 언제, 어떤 결론을 맺을지는 현재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부산 기업들은 이미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 중이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 21일 ‘부산 지역 대미 수출기업 관세 대응 TF 회의’를 개최한 결과 부산 기업의 상당수가 미국 현지로부터 불공정 거래 압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기업들은 현재 한미 통상협의 중인 데다 90일 유예 기간도 부여됐지만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부산 기업들은 이번 관세전쟁에 자체적으로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부산상의 TF 회의에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기계·부품, 자동차, 제약, 식료품, 전기전자, 조선·기자재, 철강, 해운·물류, 화학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미국 바이어로부터 단가 인하 요청 등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는 관세전쟁으로 미국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것과 관련, 관세 인상 부담을 가급적 현지 소비자들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결국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을 수출국 기업들에 부담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부산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와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우려가 높은 만큼 좌시해서는 안 된다.
부산 기업들은 정부 차원에서 관세 협상 정보를 기업들과 적극 공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덩치가 큰 대기업은 자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지역 중소기업들은 그런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상의 설문조사에서 부산 기업들이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가장 시급한 지원책으로 ‘대미 관세, 무역 규제 등에 관한 정부 대응력 강화’를 꼽은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글로벌 마케팅을 추진하는 부산 기업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진행 중인 관세 협상 정보도 필요하다. 타국 경쟁 기업들이 더 낮은 관세 조건에서 대미 수출에 나설 경우 이에 대한 전략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의 이런 애로사항을 즉각 해소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정부는 미국과의 통상협의를 큰 틀에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역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여 협상안과 정책에 즉시 반영하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미국 현지 수입업체 등이 무리한 단가 인하 등 불공정 요구를 못 하도록 강력하게 주문해야 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정보력 부족으로 현지에서 억울한 피해를 입는 일은 없는지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최근 관세청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이달 1~20일 대미 수출액은 61억 82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전쟁의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현장 중소기업들을 위한 발빠른 정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