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하단선 대형 싱크홀 부실시공 탓이라니

입력 : 2025-04-23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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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감사, 관리 소홀·안전 미흡 확인
시민 안전 최우선… 땅꺼짐 근절 각오를

부산시 감사 결과 지난해 9월 부산 사상구 학장동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싱크홀 원인으로 집중호우 외에도 차수공사, 흙막이 가시설 공사 등 시공 관리 소홀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9월 발생했던 싱크홀 인근의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 감사 결과 지난해 9월 부산 사상구 학장동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싱크홀 원인으로 집중호우 외에도 차수공사, 흙막이 가시설 공사 등 시공 관리 소홀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9월 발생했던 싱크홀 인근의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정종회 기자 jjh@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구간 공사 현장은 상습 싱크홀 발생 지역이다. 연약 지반에서 지하 굴착 작업을 하기 때문에 침하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때마다 점검을 하고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2023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4차례 땅꺼짐이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발생한 땅구멍은 트럭 2대를 집어삼킬 정도로 초대형이어서 충격을 줬다. 사고 직후 부산시는 부산교통공사와 시 철도시설과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시공과 감독은 부실했고 일부 위법도 있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싱크홀이 결국은 인재였다는 것인데, 부산시민 입장에선 참담할 따름이다.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22일 발표한 특정 감사 결과를 들여다 보면 사상∼하단선 구간에서의 땅꺼짐은 부실시공이 초래한 예견된 결과였다. 감사위원회는 발주처인 부산교통공사가 건설사업관리단에 부진 공정 대책을 수립해 제출하라고 지시만 하고 대책이 수립·이행되는지 제대로 지도·점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건설사업관리단은 차수 품질시험 자격이 없는 하도급업체가 시험·작성한 품질시험 보고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공사에 굴착 공사를 진행하도록 해 결국 지하수와 토사 유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런 부실한 공정관리가 기습적인 큰비를 만나면서 결국 초대형 싱크홀 사고로 이어졌다는 게 감사 결과다.

부산교통공사는 싱크홀의 원인이 집중호우 탓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 판단은 부실시공이다. 배수로 접합부 마감을 기준에 맞지 않게 시공하거나 흙막이 가시설에 안전 설비가 설치되지 않고 제대로 고정되지 않는 위법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위원회는 이러한 부적정 시공이 시공사와 건설사업관리단의 관리 소홀 탓이라고 봤다. 앞선 지난해 8월 두 건의 싱크홀 사고 뒤 이뤄진 부산시와 지하사고조사위원회 조사에서도 차수 기능 저하와 빗물을 가두는 우수박스 부실이 원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문제는 원인이 규명된 뒤에도 제대로 된 시공 관리가 되지 않았던 점이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격이다.

올 들어서 멀쩡한 도로에 세 번이나 구멍이 뚫렸다. 동서고가도로 교각과도 지척이어서 아찔할 지경이다. 운전자건 보행자건 불안감 때문에 이 곳을 오가기가 두렵다. 당장 사고 현장 인근의 부산새벽시상 상인들은 “마음놓고 장사할 수가 없다”며 상권 침체까지 호소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오죽 심각했으면 공사 중단 여론까지 일고 있겠나. 싱크홀 사고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련의 사고를 우연으로 고집한 결과다. 부산시는 15일 비상대책을 발표하고 상설 전담조직(TF)을 꾸려 지반과 하수도 전수 조사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시민 안전, 도시 안전이 최상의 가치다. 땅꺼짐 사고를 근절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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