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구포다리 위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곤 했다. 늘어선 차들은 좀처럼 움직일 줄 몰랐다. 다급해진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려 다리 옆 통행로를 따라 걸었다. 바쁜 일은 없었지만 나도 가끔 다리를 따라 걸었다. 산꼭대기의 햇빛 받아 반짝이는 강에서 물고기들이 튀곤했다. 햇빛 등지고 대저로 들어서면 봄꽃 향기 아지랑이처럼 퍼졌다. 길가 양철 지붕 작은 집 옆엔 버드나무 그림자 드리워진 물길이 있었고 시멘트 다리 옆엔 커다란 플라타너스가 있었다. 이따금 마을버스가 서는 정류장 가로수에서 참새들이 쉬어가곤 했다. 버드나무 그림자로 덮여 햇빛 잘 들지 않는 물길은 늘 깊고 어두웠지만 나는 고인 물 위에 고요히 떠 있는 연두색 개구리밥을 한참 바라보곤 했다. 어쩌면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도 버스를 타고 가다 물 위에 고요히 떠 있는 개구리밥들을 바라보곤 했을 것이다. 그녀가 시멘트 다리와 오래된 간판을 단 가게와 늙은 나무들을 고요히 바라보는 동안 햇빛은 그녀의 검은 머리칼을 따뜻하게 비추어주었을 것이다 -시집 〈그녀는 내 그림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그려요〉 (2020) 중에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하지요. 북구와 강서구를 잇는 구포다리는 종종 정체 구간이 되곤합니다. 정체 구간은 삶에도 있겠지요. 이 시에서 조용한 상태라는 순우리말, 고요에 머물러봅니다.
담담한 서술을 불러내는 고요는 현실이어도 좋고 환상이어도 좋습니다. 늘 지나치던 풍경이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라고 차들이 가다 말고 섰을까요. 낙동강 가에 펼쳐진 풍경들, 하마터면 놓칠 뻔했던 이름들.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봄볕. 바다로 가는 풍경이 강물처럼 이야기가 되어 흐릅니다. 우린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만 하는 버스를 탄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