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중도 확장 전략에 착수했다. 홍준표 전 시장을 포섭하기 위한 특사단이 하와이에 급파되고, 한동훈 전 대표는 독자 유세에 나서면서 보수 재결집과 중도층 확보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18일 김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미국 하와이에 체류 중인 홍 전 대구시장을 설득하기 위해 ‘하와이 특사단’을 파견했다. 특사단은 유상범 단일화추진본부장, 김대식 대외협력본부장, 조광한 대외협력부본부장, 이성배 선대위 대변인 등 홍 전 시장의 측근들로 꾸려졌다. 이들은 김 후보의 친필 편지를 홍 전 시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보수층 상징성을 지닌 홍 전 시장의 복귀는 당내 결속을 도모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캠프의 판단이다.
김대식 본부장은 “홍 전 시장은 대한민국 보수 정치의 상징”이라며 “윤 전 대통령 탈당으로 보수의 구심점이 절실한 만큼 품격 있는 복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은 지난 경선에서 탈락한 뒤 당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하와이에 체류 중이다. 그는 “국민의힘이 국민의짐이 됐다. 정통 보수주의는 대선 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당을 겨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윤 전 대통령 탈당을 계기로 한동훈 전 대표도 본격 유세를 예고하며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그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 주 현장에서 국민과 직접 만날 것”이라며 대면 유세를 예고했다. 한 전 대표는 그동안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지만, 중도층을 겨냥한 ‘오프라인 접점 확대’로 전략을 바꿨다.
한 전 대표는 캠프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 유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탄핵 반대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극우 세력과의 거리두기 등 이른바 ‘3대 조건’을 제시하며 선을 그어왔다. 당 내부에서는 한 전 대표의 ‘비윤’ 이미지와 중도 확장성이 김 후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5·18을 맞아 초선 의원들과 함께 광주에 위치한 망월묘지공원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김 위원장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중도와 호남 표심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놨다.
김 후보의 이러한 행보는 윤 전 대통령 탈당으로 인한 보수 진영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지지 기반을 재정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의 이탈로 국민의힘 내 ‘윤심’ 의존 구도가 약화되면서, 김 후보는 중도와 합리적 보수층을 직접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 구도 속에서 중도층은 선거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김 후보는 홍준표, 한동훈, 김용태 등 다양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보수층 결속과 중도 외연 확대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