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부산 사직야구장과 구덕운동장은 부산 시민들의 함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부산 연고 프로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아이파크가 나란히 삼성 라이온즈, 수원 삼성블루윙즈와 홈 경기를 치렀다. 사직야구장에는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17일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경기에도 올 시즌 홈 경기 중 가장 많은 8529명의 팬이 모여 열띤 응원을 펼쳤다.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아이파크는 올 시즌 초반 좋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구단은 각각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과 ‘K리그 1 승격’이라는 오랜 꿈을 이룰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부산 프로 스포츠는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다른 지역 연고 구단들이 잇따라 좋은 성적을 내면서 프로 스포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민들의 높은 관심은 여러 지자체들이 프로 스포츠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팬들은 좀 더 쾌적하고 좋은 경기장과 인프라 속에서 프로 스포츠를 즐기고, 팬들의 더욱 뜨거워진 응원 속에 각 프로 구단은 더욱 좋은 성적을 냈다. 프로 스포츠 속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반면 부산 프로구단과 부산시는 그동안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팀 성적은 하위권을 밑돌았고, 구장 신축에 대한 논의는 불붙지 못했다. 그동안 사직야구장과 구덕운동장은 낡아갔고, 엄청난 유지보수 비용은 늘어갔다. 그 사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서울·인천·경기를 제외한 비수도권 5개 구단 중 신축 구장이 없는 구단은 이제 롯데 자이언츠뿐이다. ‘조류 동맹’으로 일컬어지는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부터 신축 구장을 이용하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와 K리그 3(3부 리그) 부산교통공사 홈구장인 구덕운동장 역시 1928년 준공부터 지금까지 보수공사를 거듭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아이파크가 시즌 중반으로 향하는 5월 중순까지 좋은 성적을 내면서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는 올해는 ‘함 해보입시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아이파크는 경기장 밖 힘든 정치·경제 상황 속에서 시민들의 깊은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비타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북항 바다 야구장 추진 소식은 ‘구도’ 부산 시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부산 원도심 상권 부활의 심장이라고 할 북항 지역에 야구장을 짓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10년 전인 2015년 2월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겸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는 함께 북항 부지를 바라보며 바다 야구장을 짓기로 의기투합(부산일보 2015년 2월 12일 자 1면 보도) 했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 속에 양측 실무진들은 야구장 예정부지와 면적 등 세부적인 문제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북항 야구장 건설은 손에 잡힐 것 같았지만, 부산시와 롯데의 대내외 여건 변화 속에 이뤄지지 못했다.
꺼진 줄 알았던 북항 바다 야구장 논의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점차 부산 시민들과 롯데 팬들의 가을야구 진출 기대감이 커지면서 북항 바다 야구장 건설에 대한 열망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와 팬들이 더 멋지고 나은 환경에서 모두 ‘행복 야구’를 즐기자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정치권도, 지역 언론도 북항 바다 야구장 건설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다 정철원 협성종합건업 회장이 북항 바다 야구장 건립을 위해 2000억 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야구장 신축 논의가 늘 예산 확보에 발목이 잡혔던 상황을 떠올리면 정 회장의 기부 약속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북항 바다 야구장은 단순히 야구를 즐기는 공간이 아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야구, 쇼핑, 문화, 컨벤션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 북항 바다 야구장은 부산 원도심을 되살리고 북항 재개발 사업을 이끌 핵심 사업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북항 바다 야구장은 ‘구도 부산’을 지켜온 부산시민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설이 될 수 있다. 부산의 도시 브랜드에 활기와 열정을 더할 기회이기도 하다.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아이파크의 올 시즌 활약은 북항 바다 야구장 신설 논의 시작의 중요한 씨앗이다. 이제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야구 진출·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떡잎을 틔우고, 부산시는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검토로 튼튼한 줄기를 뻗게 해야 한다. 든든한 밑거름이 될 부산 시민들의 열정 넘치는 응원은 이미 준비돼 있다. 북항 바다 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의 9회 초 마지막 아웃 카운트, 9회 말 끝내기 홈런을 보며 환호할 수 있는 순간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김한수 편집부장 hangang@busan.com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