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중개 플랫폼에 ‘동·호수·특이사항’ 민감 정보가 버젓이…

입력 : 2025-05-18 1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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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정보 5만~60만 원에 판매
중개사만 볼 수 있는 정보 포함
“개인정보보호법 저촉될 수 있어”
공인중개사, 경찰에 수사 요청
취재 시작되자 해당 업체 ‘폐업’

부산 동구의 공인중개사 사무소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동구의 공인중개사 사무소 모습. 부산일보DB

부동산 거래 한파를 틈타 무자격 중개 프로그램 운영이 기승을 부리면서 공인중개사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의 중개사들은 “의뢰받은 매물 정보가 무단으로 공유되고 있다”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18일 경찰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 지역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직접 의뢰받은 매물정보가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제3자에게 유출되고 있다’는 취지로 지난 13일 연제경찰서에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 언급된 프로그램은 경기도 용인 소재 업체 ‘비씨소프트’가 최근 2년여간 운영해온 플랫폼이다. 해당 플랫폼은 포털사이트에서 중개사들이 특정 아파트 단지에 대해 광고하는 매물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불특정 다수에게 유료로 제공한다. 아파트 단지별로 1회성 정보는 5만 원, 무제한 제공은 6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정보가 포털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한 수준의 정보를 넘어, 해당 매물을 직접 접수·등록한 중개사들만이 열람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보에는 △단지명 △매물 등록일자 △입주 가능일 △건물 유형 △매매·임대 여부 △관리비 △면적 등 기본 정보 외에도 △동·호수 △층수 △공실 여부 △매물 특이사항 등 개인을 식별·특정할 수 있는 민감정보까지 공개돼 있다.

통상적으로 동·호수와 층수, 특이 사항은 매물을 직접 의뢰받은 중개사만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상 제한돼 있다. 중개사들이 널리 사용하는 다른 매물 플랫폼에서도 이 같은 민감정보는 해당 매물을 직접 등록한 중개사만이 열람 가능하도록 설정돼 있다. 거래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제3자 등에게 동·호수 등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를 공개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는 까닭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중개사들이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해당 프로그램을 암암리에 사용하는 상황을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플랫폼 운영사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중개사들까지 법적 책임과 신뢰 훼손의 파장을 함께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김종호 회장은 “중개 시장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실태 조사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해당 업체 공식 홈페이지와 SNS 채널 등을 통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업체는 본보 취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 15일 폐업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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