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가뭄에 벤처펀드 결성 주춤… 지역 스타트업 성장 마중물 ‘갈증’

입력 : 2025-05-18 1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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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대 '부산 미래성장 펀드'
수도권 운용사 3곳 최소 금액 미달
결성 기한 넘겨 21일까지 연기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가 투자업계 불황으로 결성 시한을 지키지 못해 이달 21일로 기한을 연장했다. 지난해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결성식 모습.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가 투자업계 불황으로 결성 시한을 지키지 못해 이달 21일로 기한을 연장했다. 지난해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 결성식 모습.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부산 스타트업 성장의 마중물을 공언하며 출범한 3000억 원대의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미래성장 펀드)가 투자업계 불황으로 주춤하고 있다. 일부 운용사가 약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지 못하면서, 펀드 운용 개시가 당초 계획보다 한 달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 미결성 운용사들이 오는 21일까지 결성에 실패하면 미래성장 펀드의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할 가능성도 있다.

18일 〈부산일보〉 취재에 따르면 미래성장 펀드의 수도권 리그 5개 운영사 중 3곳이 결성 시한인 지난달 21일까지 펀드를 결성하지 못해 부산시가 해당 결성 기한을 이달 21일까지로 연장했다. 이들은 기간을 연장받는 대신, 부산시가 운영사에 지급하는 펀드 관리 명목의 운용 수당이 1% 정도로 하향 조정됐다. 수도권 리그는 수도권 중심으로 활동하는 투자사들로 구성돼 있다.

미래성장 펀드는 시가 지역의 벤처 활성화 종잣돈 역할을 할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결성한 모펀드다. 부산시가 50억 원, 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가 250억 원, KDB산업은행이 500억 원, BNK부산은행이 100억 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50억 원 등을 출자해 1011억 원 규모로 지난해 6월 25일 출범했다. 비수도권 지역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벤처기금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시와 중기부 등은 지난해 말 11개의 자펀드(지역 리그 6곳, 수도권 리그 5곳, 글로벌 리그 1곳)를 운용할 투자사를 선정했다. 각각의 자펀드는 모펀드가 30~80%를 출자하고, 나머지를 민간이 출자하는 방식인데 투자사들이 민간 투자를 확보하지 못해 결성 기한을 넘기게 됐다.

시에 따르면 수도권 리그 5곳 중 3곳이 지난달 21일까지 최소 결성 금액을 확보하지 못했다. 2곳의 최소 결성 금액은 335억 원이고 나머지 한 곳은 400억 원이다. 결성을 완료한 수도권 리그 2곳의 총 출자 금액은 850억 원가량이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결성을 완료했다. 나머지 3곳이 결성에 성공하면 수도권 리그의 총 결성 금액은 1900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목표 출금 금액을 채우지 못한 운용사들이 21일까지 펀드를 결성하지 못하면, 펀드 구조를 다시 짜야한다. 각 펀드는 4년 동안 투자한 뒤 다음 4년간은 회수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펀드 결성이 늦어지면 투자 유치 등의 순서가 밀릴 가능성도 있다. 시 벤처투자팀 관계자는 “일단 미결성 3곳 중 1곳은 90%가량 완료가 됐고, 최초 결성 금액을 넘겨 결성하려다 보니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2곳도 논의하고 있는 건을 포함하면 70%가량 정리가 됐다. 21일까지는 결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불황을 겪으면서 수도권 리그 펀드에 참여할 민간 출자자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 분석한다. 수도권 리그 5곳의 총 결성 예상 금액은 1900억 원으로 지역 리그(700억 원), 글로벌 리그(340억 원)에 비해 큰 상황이라 민간 투자를 더 많이 끌어와야 한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정치 상황이 불투명해 투자 심리가 많이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또 미래성장 펀드 결성 시점이 지난해 말부터였는데 통상 연말엔 투자 분위기가 가라앉는다는 점도 이런 사태를 부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벤처 투자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시 벤처투자팀 관계자는 “모펀드의 비율이 낮아 수도권 리그 운용사가 끌어와야 하는 금액이 큰 탓에 결성이 조금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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