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타트업 성장의 마중물을 공언하며 출범한 3000억 원대의 ‘부산 미래성장 벤처펀드’(미래성장 펀드)가 투자업계 불황으로 주춤하고 있다. 일부 운용사가 약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지 못하면서, 펀드 운용 개시가 당초 계획보다 한 달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 미결성 운용사들이 오는 21일까지 결성에 실패하면 미래성장 펀드의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할 가능성도 있다.
18일 〈부산일보〉 취재에 따르면 미래성장 펀드의 수도권 리그 5개 운영사 중 3곳이 결성 시한인 지난달 21일까지 펀드를 결성하지 못해 부산시가 해당 결성 기한을 이달 21일까지로 연장했다. 이들은 기간을 연장받는 대신, 부산시가 운영사에 지급하는 펀드 관리 명목의 운용 수당이 1% 정도로 하향 조정됐다. 수도권 리그는 수도권 중심으로 활동하는 투자사들로 구성돼 있다.
미래성장 펀드는 시가 지역의 벤처 활성화 종잣돈 역할을 할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결성한 모펀드다. 부산시가 50억 원, 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가 250억 원, KDB산업은행이 500억 원, BNK부산은행이 100억 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50억 원 등을 출자해 1011억 원 규모로 지난해 6월 25일 출범했다. 비수도권 지역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벤처기금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시와 중기부 등은 지난해 말 11개의 자펀드(지역 리그 6곳, 수도권 리그 5곳, 글로벌 리그 1곳)를 운용할 투자사를 선정했다. 각각의 자펀드는 모펀드가 30~80%를 출자하고, 나머지를 민간이 출자하는 방식인데 투자사들이 민간 투자를 확보하지 못해 결성 기한을 넘기게 됐다.
시에 따르면 수도권 리그 5곳 중 3곳이 지난달 21일까지 최소 결성 금액을 확보하지 못했다. 2곳의 최소 결성 금액은 335억 원이고 나머지 한 곳은 400억 원이다. 결성을 완료한 수도권 리그 2곳의 총 출자 금액은 850억 원가량이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결성을 완료했다. 나머지 3곳이 결성에 성공하면 수도권 리그의 총 결성 금액은 1900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목표 출금 금액을 채우지 못한 운용사들이 21일까지 펀드를 결성하지 못하면, 펀드 구조를 다시 짜야한다. 각 펀드는 4년 동안 투자한 뒤 다음 4년간은 회수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펀드 결성이 늦어지면 투자 유치 등의 순서가 밀릴 가능성도 있다. 시 벤처투자팀 관계자는 “일단 미결성 3곳 중 1곳은 90%가량 완료가 됐고, 최초 결성 금액을 넘겨 결성하려다 보니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머지 2곳도 논의하고 있는 건을 포함하면 70%가량 정리가 됐다. 21일까지는 결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불황을 겪으면서 수도권 리그 펀드에 참여할 민간 출자자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 분석한다. 수도권 리그 5곳의 총 결성 예상 금액은 1900억 원으로 지역 리그(700억 원), 글로벌 리그(340억 원)에 비해 큰 상황이라 민간 투자를 더 많이 끌어와야 한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정치 상황이 불투명해 투자 심리가 많이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또 미래성장 펀드 결성 시점이 지난해 말부터였는데 통상 연말엔 투자 분위기가 가라앉는다는 점도 이런 사태를 부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벤처 투자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시 벤처투자팀 관계자는 “모펀드의 비율이 낮아 수도권 리그 운용사가 끌어와야 하는 금액이 큰 탓에 결성이 조금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