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교육청 공무원이 최소 8억 횡령해 도박… 반년 넘게 아무도 몰랐다

입력 : 2025-05-20 16:29:29 수정 : 2025-05-20 18:09:18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해운대교육지원청 소속 서무
지난해 9월~올 5월 공금 빼돌려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부분 탕진

반년 넘게 내부적으로 감지 못해
교육청 회계 감시 체계에 ‘구멍’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수억 원의 공금을 빼돌려 불법 스포츠 도박에 탕진한 부산시교육청 공무원이 뒤늦게 적발됐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횡령이 반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전혀 알아채지 못하면서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교육청 내부 감시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은 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 산하 부산시해운대교육지원청 소속 지방공무원 A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8억 원의 공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이라 피해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긴 어렵지만, 법인카드 대금 유용과 일상경비 횡령 등을 합하면 약 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지난 19일부터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A 씨의 범행은 9개월에 걸쳐 이어졌지만, 시교육청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해 피해액이 커졌다. 해운대교육지원청은 지난 16일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점검하던 중 새벽 시간대 결제 정황을 이상하게 여겨 A 씨를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공금 횡령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서무 업무를 맡고 있던 A 씨는 공금을 불법 스포츠 도박에 쏟아부었고 대부분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사흘 뒤인 19일 본청 감사팀을 해운대교육지원청에 파견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시교육청은 A 씨에 대한 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횡령 금액이 8억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으며, 지난해 9월 이전에도 유사한 수법의 범행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장부 등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횡령이 반복적이고 은밀하게 이뤄진 정황 때문에 초기에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계좌 흐름과 금액, 사용 내역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으며, 혐의와 관련된 추가 정황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청 내부 회계 감시 구조에 근본적인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교육지원청의 서무 담당자는 계약부터 지출, 정산까지 회계 관련 실무를 폭넓게 맡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A 씨의 집행 내역에 대한 관리자의 결재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실질적인 이중 점검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기간에 걸친 횡령이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 관계자는 “부산시교육청은 ‘청렴도 전국 1위’를 대표 성과로 내세우지만, 이게 무색할 정도로 내부 감시 체계가 허술했다. 예산 집행 과정에서 최소한의 견제 장치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이렇게 오래 방치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언제든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이번 사건을 두고 “교육행정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중대한 일”이라며 철저한 진상 파악과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김 교육감은 “횡령 사실을 인지한 즉시 본청 감사관을 현장에 파견해 조사에 착수했다. 관련자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는 등 제도 개선과 시스템 보완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부산온나배너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