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나는 어디에서 잘 쉴 수 있을까

입력 : 2025-05-22 17: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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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의 공간/ 김겨울 외 19명

세미콜론은 문장을 일단 끊었다가 이어서 설명을 계속할 때 쓰는 문장부호이다. 다음으로 건너가기 위해 숨을 고를 수 있는 작고 안전한 공간인 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출판사 중 하나인 민음사에는 세미콜론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예술, 만화, 라이프스타일 관련 책은 세미콜론에서 기획하고 만든다. 몸과 마음의 회복을 돕고 일상을 다채롭게 채워주는 책을 내놓겠다는 세미콜론이 올해 창립 20년을 맞이했다. 20주년을 기념해 세미콜론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책 <영감의 공간>이 출간됐다.

이 책은 작가, 번역가, 평론가, 영화감독,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각자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 중인 20명이 영감의 공간, 그곳을 찾은 과정, 그 장소에 머무는 이유, 거기에서 무엇을 비우고 채우는지를 직접 쓴 글이다.

저자들이 밝힌 장소는 사실 숨겨진 장소거나 특별한 공간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나 있는 일상 속 공간이 저자들에게 왜 영감의 공간이 되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용재 음식 평론가는 업무 시작 전, 아침 일찍 뜨개 카페 귀퉁이 자리에 가서 뜨개를 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다. 한 코 한 코마다 불도저가 앞으로 나아가며 땅을 닦아주듯 생각의 씨를 뿌리게 된다고 말한다.

윤이나 작사가는 폴대를 꼽았다. 폴을 타는 분은 지구가 자신을 끌어당기는 힘에 맞서는 우주적인 도전이라고 표현한다. 그 1분 남짓을 위해 20분 넘게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하고 30분 이상 동작을 배워야 하는 지독한 비효율이 좋단다.

제주도에서 라이프스타일숍을 운영하는 황의정 작가는 하도리 해변에서 잃어버렸던 여유를 되찾는다.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과 그 해변을 행복하게 산책했던 기억은 여전히 황 작가에게 영감이자 쉼의 공간이다.

침대, 코인노래방, 욕조, 샤워부스, 요가 매트, 덕수궁, KTX, 모터사이클 등 각자 꼽은 공간은 잘 쉬게 하고 동시에 잘 일하도록 연결해 준다. 김겨울 외 19명 지음/세미콜론/224쪽/1만 7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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