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이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구축은 고사하고 당 ‘원팀’ 분위기조차 이끌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그림자는 여전하고 친윤(친윤석열)계를 둘러싼 당 분열상은 더욱 극명해지는 분위기다. 당 위기를 타개할 묘수를 단 하나도 내놓지 못하면서 국민의힘이 벼랑 끝 처지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2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가 공언한 반명 빅텐트는 이날까지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당장 한동훈 전 대표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조차 품지 못한 상황인 데다 다방면의 3지대 인사 합류는 기약이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기초공사부터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당장 경선 주자였던 당내 핵심 인사들부터 선대위 밖으로 겉돌고 있다. 한 전 대표와 홍 전 시장은 보수 통합이 필요하다며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어디까지나 형식에 그친다. 한 전 대표는 전날부터 선대위와 별개로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그의 메시지는 당을 겨냥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일 부산 광안리 유세에서 “사법 쿠데타를 막기 위해 뛰고 있다”면서도 “(경선에서) 3 대 1, 4 대 1, 5 대 1로 친윤들과 싸웠다. 누군가 ‘그런데도 왜 여기서 선거운동 하냐, 호구냐’ 그러지만 저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호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 지원보단 당을 향한 날 선 발언이 주를 이룬 셈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도 당을 향해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자통당(자유통일당), 우공당(우리공화당),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잡으면 안 된다”며 이는 “국민의힘이 자멸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날 부정선거 영화를 관람한 윤 전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꺼리는 당내 친윤계 의원들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경선 탈락 이후 미국 하와이로 떠난 홍 전 시장도 “대선 후 돌아가겠다”며 선대위 합류를 손사래 쳤다. 그는 앞서 “민주당과 손을 잡는 일은 절대 없고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지만 대선 기간 중 귀국해 선거를 돕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홍 전 시장도 최근까지 당내 친윤계 의원들을 꼽아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 온 바 있다.
이같은 상황 속 국민의힘 친윤계 인사들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게 “차기 당권을 주겠다며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는 취지의 폭로까지 나오면서 당 내홍은 더욱 확산할 조짐이다. 개혁신당 이동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즘 국민의힘 인사들이 이 후보 측에 단일화를 하자며 전화를 많이 걸어온다. 대부분 친윤계 인사들”이라며 “이분들은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를 하자’, ‘들어와서 당을 먹어라’는 식의 말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분들은 한동훈이 대선 이후 국민의힘 당권을 쥘까 노심초사한다”고 덧붙였다. 한 전 대표는 이에 “친윤 쿠데타 세력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이재명이 아니라 저와 싸우고 있다. 이것이 진짜 내부총질”이라고 지적했다.
당 위기가 겹치면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와의 절연 차원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진심어린 반성을 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의힘은 앞으로 깊이 반성하고 근본적으로 변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사과가 너무 늦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선 현재 국민의힘에게 절박감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빅텐트, 단일화, 원팀 체제 등 당이 내세운 핵심 과제들이 단 하나도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빅텐트 구축의 경우에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발 빠르게 3지대 인사를 불러들이면서 선수를 쳤고, 김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에 아무런 논의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 원팀 구축도 난망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안팎으로 절망감이 팽배하고 있는 이유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무난한 패배가 예상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며 “당을 위해 내려놓고 희생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서로가 대선이 아닌 기득권을 위해 다투는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