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00만 원은 못 줘’…소멸 위기 중구 출산장려금 확대 제동

입력 : 2025-07-30 17:34:37 수정 : 2025-07-30 17: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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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 확대 계획 정부 승인 보류
연간 지급액 너무 많다는 이유
“지자체 과잉 경쟁 방지 위해 제한”
인구 문제 심각한 실정 외면 지적도
9월 내 기준 완화 등 협의 검토 중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전국 최하위인 부산 중구가 출산장려금 지급 확대를 추진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다. 사진은 2023년 5월 24일 오전 부산 남구 부산환경공단 남부사업소 광장에서 열린 출산장려 행사에 참석한 아이들과 가족들. 부산일보DB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전국 최하위인 부산 중구가 출산장려금 지급 확대를 추진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다. 사진은 2023년 5월 24일 오전 부산 남구 부산환경공단 남부사업소 광장에서 열린 출산장려 행사에 참석한 아이들과 가족들. 부산일보DB

전국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장려금을 1000만 원으로 대폭 늘리려던 부산 중구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연간 지급액이 과하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계획 승인을 보류한 것인데, 소멸이 현실로 다가온 지역의 실정을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중구청은 보건복지부와 출산장려금 지급액 확대 계획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중구청은 지난 1월 출산장려금 지급액을 연간 200만 원, 5년간 1000만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뒤 지난 4월부터 보건복지부와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했다. 1억 4000만 원으로 추산되는 예산은 구비로 마련해 100명에게 지급한다는 계획이었다. 인구 소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자체가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중구는 출산장려금으로 첫째 아이에게 30만 원, 둘째 아이에게 60만 원, 셋째 아이에게 300만 원을 지급한다.

출산장려금 지원을 대폭 강화해 인구 반등을 꾀했던 중구청의 계획은 보건복지부가 협의 과정에서 사업 계획 승인을 보류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아이가 태어난 때부터 매년 200만 원씩 5년간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는 중구청의 추진안이 보건복지부가 정한 지자체 출산장려금 지급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아이가 태어난 때(0세)의 경우 첫만남이용권 등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부 지원과 중복되기 때문에 출산장려금 확대가 부적절하다고 봤다. 또한 연간 200만 원에 달하는 지원 금액도 보건복지부가 정한 연간 지급 상한 금액 기준인 120만 원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중구청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지원금 변경 타당성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지원금 변경 타당성 협의란 출산장려금처럼 지자체가 복지 제도를 변경하려는 경우 그 타당성을 정부와 함께 검토하고 기존 제도와의 연관성, 재정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다.

이는 사회보장기본법에 규정된 제도로 만약 지자체가 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거나 협의한 내용과 다르게 사회 보장성 사업을 추진하면 지방 교부세 감액, 공모 사업 배제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중구청은 지급 시기를 1세 때로 늦추고 연간 지급액은 150만 원으로 낮추는 대신, 기간을 5세에서 6세까지로 늘려 지급하는 절충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시했다. 7세 때엔 100만 원을 지급해 총액은 1000만 원을 유지하도록 했다.

중구청 가족행복과 관계자는 “출산율 제고 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시행하려면 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 등 갈 길이 멀어 초조하게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전국 최저 합계출산율로 인구 소멸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중구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금액 제한 없이 출산장려금 등 현금성 지원을 허용할 경우 지자체간 인구 뺏기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지역 간 형편에 따른 인구 격차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출산장려금 지급 상한액 기준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진입한 인구 위기를 타개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부산 중구의 합계출산율은 0.30명으로 2023년 0.31명에 이어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도 100명에 불과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중구의 인구는 3만 6999명으로 10년 새 1만 명 가까이 줄었다.

중구와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로 고민하고 있는 부산 지역의 다른 지자체도 출산장려금 지급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해까지 셋째 아이부터 자녀출생축하금 70만 원을 지급했던 연제구는 올해부터 첫째, 둘째 아이에게도 각각 20만원, 50만 원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인구감소 소멸위험 지역으로 지정된 영도구는 2023년부터 출생아당 500만 원으로 출산지원금 지급액을 확대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국의 출산장려금 현황과 노인 등 다른 복지 분야의 정책 방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지급 기준 완화 등 최대한 지자체의 권한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오는 9월 내에 협의가 이뤄지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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