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표현 꼭 그대로 옮겨야 했나”… 선 넘은 이준석 ‘역풍’

입력 : 2025-05-28 10:57:18 수정 : 2025-05-28 11: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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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토론회서 이재명 아들 추정 여성 성기 관련 SNS 댓글 그대로 옮겨
생중계 대선 토론에서 혐오 표현 노출…“아이들도 보는데” 비난 비등
후보·의원직 사퇴 촉구 잇따라… 이준석 “진보 진영 이중성 지적한 것”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치 분야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치 분야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전날 TV토론에서 여성 신체와 관련한 폭력적 표현을 여과없이 언급한 데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후보는 진보 진영의 왜곡된 성 의식을 지적하려 했다고 해명했지만,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대선후보 토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압도적 새로움’을 내세워 완주를 선언한 이 후보에게 막판 악재가 될 조짐이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밤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3차 TV 토론에서 “정치 양극화로 국민들이 분열하는 것은 양 세력의 고조되는 언사에 따른 것도 있다”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과거 ‘형수 욕설’ 발언 등을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 아들이 인터넷 댓글로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여성 성기와 관련된 성폭력 발언을 그대로 언급하면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이건 여성 혐오에 해당하냐, 아니냐”라고 질문했다. 진보 진영의 성폭력 발언에 대한 ‘이중 잣대’를 지적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TV 생중계를 지켜본 많은 시민들은 상당한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원색적인 표현이었다.

상대 후보 측은 “끔찍한 언어폭력”이라며 일제히 성토했다. 민주당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28일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아이들까지 지켜보는 생방송 토론 현장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꺼내면서 저열한 언어폭력을 행사했다”며 “후안무치가 곧 젊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선대위 여성본부도 성명을 내고 “여성에 대한 모욕과 혐오의 발언이 어떤 제지도 없이 나온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 후보의 대국민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개별 의원 차원에서도 비판 글과 의원직 사퇴 요구 등이 잇따랐다.


민노당 권 후보 역시 전날 토론회가 끝난 뒤 페이스북에서 “여성 혐오 발언을 공중파 TV 토론에서 필터링 없이 인용한 이준석 후보 또한 여성혐오 발언을 한 것과 다름없다”며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도 “성평등과 인권은 고사하고 이준석 후보 같은 사람이 우리 사회가 일구어온 최저선의 윤리마저 무너뜨리는 작태를 두고 볼 수 없다”고 연이어 비판 성명을 냈고, 일부 단체는 이 후보의 발언이 정보통신망법과 아동복지법에 저촉된다며 고발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표현 논란과 관련, “혐오나 갈라치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민주 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공공 방송인 점을 감안해 원래의 표현을 최대한 정제해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은 이재명, 권영국 후보를 겨냥해 “왜곡된 성 의식에 대해 추상같은 판단을 하지 못하는 후보들은 자격이 없다고 확신한다”며 공세를 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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