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 투표가 시작된 29일 부산에서 깜짝 투표를 진행했다. 그간 부산을 공개 방문한 바 없었던 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레이스 후반 이 후보 공약집에 ‘HMM 본사 부산 이전’에 이어 ‘해사법원 부산 설립’까지 적시되지 않으면서 지역 여론이 동요할 것을 우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여사는 이날 오전 부산 동구 초량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 투표를 했다. 해당 일정은 취재진에 공지되지 않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여사가 그간 부산에서 공개 행보를 펼치지 않았던 까닭에 지역 정가에서는 다소 놀랐다는 반응이다.
이는 비슷한 시각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청년들과 함께 투표한 이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전날(28일) 민주당이 공개한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이 후보 정책 공약집을 살펴보면, 여기에는 HMM 본사 부산 이전, 해사법원 부산 설립이 명시돼 있지 않다. 이 후보 측은 HMM 이전과 마찬가지로 세부 공약에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지만, 명문화된 공약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리지 않겠느냐는 지역사회 내 불안이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다 국민의힘 부산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를 고리삼아 맹공을 퍼붓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이 후보 공약집이 공개된 지난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부산공약서에도 없는 말뿐인 HMM 부산 이전 공약, 부산 시민은 결코 믿을 수 없다”며 “부산 시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자, 부산 시민을 상대로 노쇼 사기를 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결국 이 후보는 서울에서 김 여사는 부산에서 각각 사전 투표를 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지역 여론이 요동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개인 SNS를 통해 HMM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공약집에 빠지면서 아무래도 부산에선 ‘우리 공약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가운데 김 여사가 이례적으로 부산을 찾아 사전 투표한 것은 아무래도 이 후보가 부산을 그만큼 살피고 있다는 의지를 내비치려는 의도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