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가 장밋빛 미래를 믿고 대규모로 투자한 리튬 생산 사업이 리튬 가격의 급락세 속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2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생산 설비를 지었더니 시황은 악화 일변도를 걸으며 적자만 쌓이고 있다. 결국 포스코홀딩스는 증설을 연기하며 시황 반등만을 기다리고 있다.
9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킬로그램(kg)당 59.40위안으로 집계됐다. 지난 28일 50위안대로 떨어진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고치인 2022년 11월 581.50위안과 비교하면 89.8% 내린 것이다.
리튬은 ‘하얀 석유’라 불리며 전기차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와 공급 과잉이 겹치며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 탄산리튬은 그 자체로 또는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해 이차전지에 쓰인다.
문제는 포스코홀딩스가 리튬 생산 설비를 준공한 지난해 10~11월 이후에 리튬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시만해도 리튬 가격은 리튬 가격은 kg당 75위안 내외를 유지했다.
이미 리튬 생산에 2조 원을 넘게 투입한 포스코홀딩스는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포스코홀딩사의 자회사인 포스코아르헨티나홀딩스는 8억 3000만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수혈받아 지난해 10월 연산 2만 5000톤 규모의 염수 리튬 1단계를 완공했고, 1조 원이 추가 투입되는 2단계 사업도 삽을 뜬 상황이다.
호주산 리튬 광석을 수입해 광양 공장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에도 6000억 원 이상이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1공장은 준공을 했고 2공장 건설도 진행 중이다.
장인화 회장은 취임 이후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꼭 가야 하는 방향으로 그룹 차원에서 투자 축소는 없을 것”이라며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 그룹 차원에서 2030년까지 27조 원을 투자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시황 악화에 지난해 리튬 생산 사업의 적자만 2515억 원을 기록해 전년(1080억 원)에 비해 2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매출(32억 원)이 처음 발생한 포스코아르헨티나의 당기순손실은 1286억 원에 달했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231억 원으로 전년(47억 원)에 비해 늘었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42억 원에서 1229억 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포스코는 지난 2023년 1분기 IR을 통해 포스코아르헨티나와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흑자 시점을 각각 2024년, 2025년으로 잡았지만 사실상 실패한 모습이다.
생산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에 포스코는 울며 겨자 먹기로 리튬 생산 공장의 준공 일정을 연기하는 상황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아르헨티나 염수 2단계 상공정과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염수 2단계 하공정 준공 일정을 올해 3분기에서 내년 1분기로 늦췄다.
이에 따라 2025년 9만 6000톤을 거쳐 2030년까지 42만 3000톤의 리튬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스코의 목표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포스코홀딩스의 리튬 사업 흑자 전환은 리튬 시황에 달렸는데 반등 시점은 미지수다.
삼성증권 백재승 연구원은 “리튬 중심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들은 현재 영업 적자가 불가피한 단계이며 이런 흐름은 최소한 올해 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상업 생산이 본격화할 2026년부터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익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더 나은 시황으로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