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공백 틈 타 라면값 진짜 올랐다… 이 대통령 “라면 한 개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

입력 : 2025-06-09 18: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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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제점검 TF 회의서도 거론
농심 시작으로 오뚜기·팔도라면
3~4월 라면 출고가 무더기 인상
편의점선 2000원 넘는 라면도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 판매대. 연합뉴스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 판매대. 연합뉴스

“라면 한 개에 2000원(도) 한다는데 진짜냐” 이재명 대통령이 9일 ‘라면값’을 콕 집어 거론하면서 ‘먹거리 물가’가 새 정부의 민생 안정 대책 최우선 순위로 떠오른 분위기다. 실제 계엄 사태 이후 6개월간 농심·오뚜기·팔도 등 주요 라면 제조사들이 자사의 대표 라면을 비롯한 라면 제품 가격을 연이어 올리며 ‘표적’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강조해 왔고 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실이 물가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물가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원에 나서기로 하면서 물가 안정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통령은 이날 2차 비상경제점검 TF 회의를 주재하면서 “물가가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고 있다”며 각 부처에 물가 대책을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라고 묻기도 했다.

실제 라면값은 이른바 프리미엄급의 경우 2000원을 훨씬 넘어서는 등 가공식품 가격이 최근 크게 뛰었다. 라면을 비롯한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탄핵 정국 혼란기인 연초부터 본격화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계엄 사태 이후 6개월간 가격이 오른 가공식품은 초콜릿, 커피, 빵, 라면, 냉동식품 등 53개 품목에 이른다. 인상에 동참한 식품·외식기업은 60여 곳이나 된다.

식품 기업들은 통상 정부 물가 안정 대책에 협조해 왔지만 국정 공백기가 발생하자 제품 가격을 무더기로 올렸다. 특히 라면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상승 폭이 더 크다.

지난 3월 17일 업계 선두인 농심이 대표 상품인 신라면을 비롯한 라면·스낵 17개 브랜드 가격을 인상했다. 오뚜기가 4월 1일 자로 진라면 등 라면 16개의 출고가를 평균 7.5% 올렸고 팔도 역시 같은 달 14일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대용량이나 특별한 맛이 첨가된 제품은 2000원 안팎에 이른다. 편의점에서 농심 신라면은 한 봉지 1000원이지만 신라면 블랙은 1900원이다. 오뚜기 진짬뽕 대컵과 짜슐랭 대컵은 각각 2000원, 마슐랭 마라샹궈는 2300원, 빅컵누들은 2500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 상승으로 제조원가 부담이 커져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라면 원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안정적이어서 원가 부담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라면 외에 지난 6개월간 가격이 5% 이상 오른 품목은 19개에 이른다. 초콜릿은 10.4% 치솟았고 커피는 8.2% 상승했다. 양념 소스와 식초, 젓갈은 7% 넘게 올랐다. 빵과 잼, 햄·베이컨은 각각 6%가량 올랐다. 고추장과 생수도 비슷한 폭으로 상승했다. 아이스크림과 유산균, 냉동식품, 어묵, 라면은 각각 5%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케이크, 단무지, 스낵과자, 편의점 도시락, 즉석식품, 혼합조미료 등은 3~4% 올랐다.

새 정부 경제 정책을 본격 논의하는 자리였던 2차 비상경제TF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물가 대책을 주문하면서 민생·경제 행보에 나선 만큼 향후 마련되는 대책에 따라 관련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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