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가했지만, 핵연료를 저장한 시설 상당 부분이 아직 온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1차 공격에서는 핵연료 저장시설을 타격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이를 두고 방사능 오염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 일부만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1차로 이스파한주 나탄즈의 핵시설을 공격했다. 지상의 핵연료 농축시설이 일부 파괴됐지만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이 공격받은 징후는 없다.
이스라엘은 또 이스파한주 이스파한 외곽의 대규모 핵연료 저장소도 공격하지 않았다.
서방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곳은 이란에서 큰 핵시설 중 하나로 꼽히지만, 이스라엘은 1차 공습 당시 이곳을 표적으로 삼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이 이곳을 모를리는 없다.
이스라엘군은 이후 2차 공격에서 이스파한을 타격했다고는 밝혔지만, 이때도 핵연료 저장소를 겨냥하지는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이 핵연료 저장소 공습을 피한 것은 의도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해당 시설을 공격하면 소규모 핵무기 생산을 가장 손쉽게 차단할 수는 있겠지만 방사능 오염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폭격받은 시설이 그 자체로 ‘더티밤’(방사성 물질을 담은 재래식 폭탄)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의 핵 개발 상황을 추적해온 미국과학자연맹의 존 울프스탈은 “이스파한의 우라늄 생산시설을 폭격하지 않은 것은 이스라엘이 방사능 사고를 우려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타격 대상에 이란의 최고 핵 과학자들이 포함된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번 공습으로 오랜 기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연구해온 과학자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전문가를 제거해 핵 개발을 늦출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미국 지원 없이 단독으로 지하 깊숙한 곳의 시설을 파괴할 역량까지는 없었을 수도 있다. 미국은 아직 재래식 폭탄인 벙커버스터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이스파한 저장소나 곰주의 포르도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추가 공습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