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수많은 전문가가 오랜 세월 연구해왔지만,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다. 국제수로기구(IHO)는 2024년 전 세계 해저의 약 26%만이 정밀하게 지도화됐다는 통계를 내놓기도 했다. 나머지 74% 이상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가 ‘달 표면보다 지구 해저에 대해 더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일 테다.
그런 의미에서 6월 21일은 특별하다. 이날은 ‘해양조사의 날’이다. 또 국제수로기구 창립일이자, UN이 지정한 '세계 수로의 날'로, 해양정보의 국제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해양조사의 날은 해양영토의 중요성과 해양조사 역량을 발전시켜온 우리나라의 발자취를 되새기는 날이다. 같은 날인 세계 수로의 날은 국제수로기구가 수로측량의 가치와 관련 종사자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국제기념일이다.
이름은 달라도 두 기념일의 본질은 같다. 해저 지형과 수심, 조류 등을 과학적으로 측량·분석해 안전한 항해를 돕는다는 점에서다. 이렇게 생산된 수로 정보는 해상 물류부터 자원 개발, 환경 보호까지 바다에서 이뤄지는 모든 국가 활동의 출발점이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핵심적 기반이 된다.
부산은 세계적인 항만도시이자 국내 대표적인 해양 전문기관들이 밀집한 해양 클러스터 도시로, 해양수도의 위상을 지닌다. 부산시 면적의 4배에 달하는 바다를 관할하는 부산 해경에게도 해양조사의 날과 세계 수로의 날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해양경찰은 해양사고 수습, 해양범죄 단속, 해양 주권 수호 등 ‘바다 위의 종합 법 집행기관’으로서 24시간 임무를 수행한다. 그 밑바탕에는 수로 측량과 해양 조사를 통해 생산된 정확한 해양 정보가 있다.
일례로 선박 침몰·해상 추락 등 긴급 상황에서 수심과 해저 지형, 조류 정보는 구조의 성패를 가른다. 해양오염 사고에도 해류 정보는 방제 전략의 핵심이 된다. 수로 조사와 해양 정보는 해양경찰 작전 수행에 있어 핵심적 자산이다.
해양경찰은 해양조사기관과 협력해 수로 측량 현장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항로가 복잡하거나 어업 활동이 활발한 해역에서는 조사선의 안전 항해를 돕고, 접근 선박을 통제하거나 불법 조업을 단속해 원활한 조사 환경을 만든다. 현장을 지키고, 그를 통해 얻은 정보로 다시 국민을 지키는 선순환이 작동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해양경찰의 핵심 임무인 해양주권 수호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해양 조사와 수로 정보를 토대로 해양경찰은 배타적경제수역(EEZ)·영해·접속수역에서 불법 어업과 해양 범죄를 단속하며, 바다의 경계를 실제로 지켜내고 있다.
해양조사의 날과 세계 수로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바다를 이해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며, 해양 영토를 수호하는 이들의 사명을 되새기는 날이다. 해양경찰은 보이지 않는 바닷속 세계를 과학으로 그려낸 지도를 손에 들고, 오늘도 국민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