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침밥 안 먹으면 일 못할 것 같습니다. 도시락 싣고 오는 트럭만 보면 몸이 저절로 뛰쳐나가요.”
19일 오전 7시 40분께 경남 밀양시 초동특별농공단지 내 한 공장. 둔탁한 기계음 사이로 나지막히 “왔다!”라는 탄성이 들린다.
부리나케 작업복을 입은 한 직원이 달려 나왔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 누가 봐도 선임급인데, 표정은 아이처럼 해맑다. 공장에서 전기·소방 분야 등을 담당하는 직원 서원수(62) 씨다.
서 씨는 이제 막 도착해 시동도 끄지 못한 1t짜리 냉장 탑차 앞으로 달려오더니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가 아침 댓바람부터 손꼽아 기다린 건 다름 아닌 아침밥이었다.
밀양시 시내 한 가게에서는 새벽부터 간편식 도시락을 만들어 농공단지에 입주한 회사 10여 곳에 직접 배송 중이다.
오늘 아침 메뉴는 ‘참치마요 핫도그’. 서 씨는 “맛은 당연히 좋고, 가격까지 저렴해 안 먹는 게 손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사무실에 앉은 채로 느긋하게 식사를 하며 업무를 시작했다.
간편식 도시락을 잔뜩 실은 냉동 탑차는 농공단지 곳곳을 누볐다.
회사마다 사무실·식당·기숙사 등 식사 장소가 달랐으며, 배식 인원도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50명이 넘을 정도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남녀노소, 국적 불문하고 하나같이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완제품을 납품받아 식사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할 수 있는 데다 메뉴도 매일 변경돼 다양한 음식을 고루 맛볼 수 있다.
한정된 간편식 수량에 너나없이 구매가 쇄도하다 보니 일부 공장에서는 선착순·격일제까지 도입하기도 했다. 배근한 입주기업체협의회장은 “예산이 더욱 반영돼 보다 많은 입주 기업, 노동자들이 사업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행 100일을 맞은 ‘노동자 천 원의 아침 식사’ 지원사업이 노동 현장에서 호평 일색이다. 일분일초가 바쁜 아침 시간에 저렴한 식대로 든든한 한 끼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어 인기몰이 중이다.
경남도는 지난 3월 4일부터 밀양시 초동특별농공단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천 원의 아침 식사’ 시범 사업에 들어갔다. 산업단지 현장 노동자들에게 김밥·샌드위치·컵밥·샐러드 등 아침 간편식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가격은 단돈 1000원이다. 간편식 정가는 7000원 정도지만 경남도와 밀양시가 각각 1억 2000여만 원을 투입해 6000원 상당의 차액을 보전한다. 현장 직원들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복지 환경을 개선한 게 특징이다.
농공단지는 32만 6788㎡ 규모로 2022년 6월 준공됐으며, 기계·금속·전기 등 중소제조업체 41개 사에 7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회사는 단 4곳뿐이다. 게다가 도심까지 왕복 30km, 차로 30여 분 걸려 아침식사는 언감생심이다.
‘노동자 천 원의 아침 식사’ 신청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애초 8개 회사 내 180여 명이 참여했다가 한 달 뒤 12개 사 200명으로 증가, 이달 기준 206명이 간편식을 먹고 있다. 시행 초기보다 약 14% 오른 셈이다.
현장의 뜨거운 반응을 본 경남도는 시범 사업을 마치는 대로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노동자 만족도를 조사해 내년에 초동농공단지 예산 확대안이나 다른 산업단지 추가 지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