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콘서트홀이 문을 활짝 열고 시민 품에 안겼다. 부산 시민들은 최초가 주는 특별함을 만끽하며 여름밤을 낭만으로 채웠다.
20일 오후 7시 30분 부산진구 연지동 부산시민공원에 자리한 부산콘서트홀. 무대 뒤 합창단석을 제외한 1600여 좌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개관기념 공연 ‘하나를 위한 노래’가 시작됐다. 숨죽인 채 공연 시작을 기다리던 관객들은 무대 양쪽 문을 통해 연주를 맡은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단원들이 입장하자 박수로 환영했다. 곧이어 들어선 박지윤(바이올리니스트) 악장이 피아노 음을 점검하고 단원들과 짧게 화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뒤, 이날 공연의 세 주인공인 클래식부산 정명훈 예술감독과 바이올리니스트 사야카 쇼지, 첼리스트 지안 왕이 자리하자 관객들의 기대감은 절정에 달했다.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부산 시민의 자부심으로 자리한 부산콘서트홀을 울린 첫 공식 작품은 베토벤의 삼중협주곡(트리플 콘체르토) C장조 작품번호 56.
APO의 연주를 바탕으로 첼로와 바이올린, 피아노(정명훈)가 강렬하거나 묵중하게, 혹은 경쾌하게 화음을 뽐내거나 주고받았다. 관객들이 세 악기가 연출하는 티키타카에 눈과 귀를 뺏긴 채 빠져든 건 당연지사. 특히 피아노 앞의 정명훈 예술감독은 연주자와 지휘자의 자리를 오가며 왜 정명훈인지 스스로 이름값을 증명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중간 휴식 뒤 이어진 2부에서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APO의 연주 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네 명의 성악가(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방신제, 테너 김승직, 바리톤 김기훈)와 창원시립합창단, 2025시즌 클래식부산합창단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더해지자, 콘서트홀은 이내 감동의 물결로 일렁였다.
2시간의 공연을 즐긴 관객들은 감동을 쉽게 내려놓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로비에서 만난 북구 주민 이주희 씨는 “세 악기가 뿜어내는 웅장함에 아직도 그대로 가슴에 남아 있다”며 “클래식의 맛을 조금은 알게 된 시간이었고, 부산콘서트홀을 종종 오게 될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개관기념 공연이 열린 이날에는 콘서트홀 조성에 기여한 각계 인사와 사전 신청과 추첨을 통해 뽑힌 시민 등 1600명이 함께했다.
공연에 앞서 부산콘서트홀 주출입구 앞 야외에서 내외빈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다. 바이올린 영재 이지안 양의 축하공연과 박민정 클래식부산 대표의 경과 보고, 박형준 부산시장의 기념사,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의 축사 등이 이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탄생시킨 김동호 전 BIFF 이사장도 함께해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김 전 이사장은 “부산에 또 하나의 명품 예술 공간이 생긴 게 내 일처럼 기쁘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들은 단체 사진을 찍으며 개막을 기념했다. 콘서트홀에 설치할 파이프오르간 검수를 위해 독일 프라이부르크를 직접 다녀왔다는 박철중 부산시의원은 “마치 내 자식이 태어난 것 같다”는 표현으로 기쁨을 전했다.
조성진, 조재혁, 선우예권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부산콘서트홀 개관 기념 페스티벌은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