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사망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해 전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이 이번 시즌 쇼스타코비치를 레퍼토리로 연주 일정이 잡혀있다. 프로코피예프와 더불어 현대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그는 열아홉의 나이에 첫 교향곡을 작곡한 이래로 15개의 교향곡, 5개의 협주곡, 다수의 피아노곡과 실내악을 남겼으며 성악과 합창 그리고 오페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오늘날 쇼스타코비치는 러시아를 넘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음악사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언컨대 올해 쇼스타코비치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지난달 15일부터 보름간 열렸던 쇼스타코비치 페스티벌일 것이다. 게반트하우스는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가 1991년 독일 통일 후 처음으로 연주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인데, 이번 축제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호스트로 미국을 대표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참여했다. 더 이상 신예가 아닌 거장의 반열에 들어선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두 개의 명문 오케스트라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도 이번 축제의 묘미이다.
게반트하우스(Gewandhaus)는 직물회관 또는 포목회관을 의미한다. 1781년 라이프치히 양복 조합 소속 상인들이 오래된 무기고를 사들여, 1층은 직물 전시장, 2층은 500석 규모의 콘서트홀로 만들어 공연한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1884년 새로운 게반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1700석 규모의 공연장이 개관하면서 당대 최고의 음향을 가진 공연장으로 우뚝 선다. 이 시기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브루노 발터와 같은 당대 최고의 지휘자들이 지휘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중 전소되었고, 세 번째 게반트하우스는 1981년 종전과 다르게 빈야드 형식의 객석 구조를 가진 1900석 규모의 콘서트홀로 지금의 자리인 라이프치히 아우구스투스 광장에 개관한다. 게반트하우스는 콘서트홀 이름임과 동시에 독일을 넘어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이름이다. 홀 내부에는 라틴어로 ‘Res severa verum gaudium’(진정한 즐거움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고 새겨져 있는데 게반트하우스의 모토이다. 이는 공연장뿐 아니라 상주 단체로 활동하는 모든 악단에도 적용돼 있다.
독일 작센주의 가장 큰 도시인 라이프치히는 교육도시로 정평이 나 있지만, 음악 도시이기도 하다. 작곡가 바그너가 태어났으며, 바흐가 봉직했던 토마스 교회와 슈만과 클라라가 신혼집을 꾸렸던 곳이기도 하다. 멘델스존이 살았던 집은 현재는 음악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