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 5곳을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과기부는 해당 대학들에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총 5조 원을 투입해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10년 내 글로벌 100대 대학에 최소 3곳을 진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동시에 지역 자율형 R&D 체계와 대형 연구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지방 과학기술 혁신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이재명 대통령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과 연계해 인재 유출과 지역 소멸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소멸 위기의 지역 대학을 살릴 소중한 기회다.
과기부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지역 자율형 R&D에 1649억 원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총 2조 1577억 원, 거점국립대 연구역량 강화에 3조 9295억 원을 투입한다. 부산은 해양, 전남은 신재생에너지 등 각 대학은 지역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서며, 학생 선발, 교원 임용, 교육-연구 구조까지 전면 개편해 서울대 수준의 연구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2027년까지 부산 기장에 중입자가속기 기반의 대형 연구시설을 완공하고, 이를 활용한 전문기관을 육성하는 방안은 부산 해양·바이오 기술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예산 지원을 넘어 지역 혁신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다.
부산대는 해양, 기초과학, 의료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그에 비해 국가적 지원은 늘 부족했다. 이번 지거국 육성 방안은 중입자가속기와 해양 특화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부산대를 동북아 과학기술 중심지로 도약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지 한 대학을 키우자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산업과 인재, 자원을 연결해 자생적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이다. 우리는 그동안 수차례 지방대 육성을 외쳤던 역대 정부의 결과를 잘 알고 있다. ‘혁신 허브’, ‘지방대 활성화’ 등 수많은 정책이 있었지만 대부분 선언적 구호에 그쳤고, 정작 지방대의 현실은 더 악화했다. 이번만큼은 정부가 말이 아닌 실행과 전폭적 지원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확장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지거국 육성과 같은 맥락이라면, 기존의 ‘글로컬대학30’ 사업 역시 중단하지 말고, 지거국 육성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이번 과기부 계획은 단순한 대학 지원을 넘어 지역의 미래와 직결되는 국가 전략이다. 따라서 대규모 예산 투입이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대학의 체질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특히 기초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전환과 혁신적인 차별화 전략이 함께 추진돼야 정책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이번 정책이 또다시 단기 성과에 급급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으로 끝나선 절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