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후 거리에서 점차 사라져갔던 공공 쓰레기통이 30년 만에 부활하고 있다.
일회용 커피 포장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거리에 공공 쓰레기통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 공공 쓰레기통에 무단 투기 사례 등으로 사라졌던 쓰레기통의 부활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시민 의식 함양과 함께 정책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부산시 16개 구군에 따르면 쓰레기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1995년 이후 각 지자체는 가정 쓰레기 등의 무단 투기 방지를 위해 길거리 쓰레기통을 줄여왔다. 현재 10개 구군만 공공 쓰레기통을 운영하고 있다. △강서구 △사상구 △사하구 △부산진구 △동래구 △연제구 △금정구 △해운대구 △수영구 △남구에서는 버스 정류장과 카페 거리, 해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공공 쓰레기통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특히 해운대구에서는 지난해 12월 부산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과 해운대해수욕장 사이 구남로 일대에 공공 쓰레기통 5개가 이례적으로 새롭게 설치됐다. 구청은 현재 구남로를 비롯해 문탠로드 입구와 버스 정류장 등에서 공공 쓰레기통을 9개 운영하고 있다.
수영구청도 지난해 상반기 약 4800만 원을 들여 광안리해수욕장과 민락수변공원에 공공 쓰레기통 12개를 새 것으로 교체했다. 중구는 휴일에만 관광객들이 많은 광복로와 BIFF광장 인근에 임시 쓰레기통을 6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해운대구청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거리에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공공 쓰레기통 설치를 요청하는 민원이 늘어 관광객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구남로에 시범적으로 공공 쓰레기통을 운영하고 있다”며 “여름이 되면서 쓰레기통에 버린 음료 때문에 악취가 난다는 등의 이유로 다시 철거해 달라는 민원도 있어 활용 상태를 보며 운영 지속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 쓰레기통의 부활은 전국적인 추세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청결한 거리 환경 조성을 위해 공공 쓰레기통을 대폭 확충하고 있다. 서울시는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전 수준 회복을 목표로 현재 5380개인 쓰레기통을 75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다수 시민은 이전보다 환경과 쓰레기 배출에 대한 의식이 제고된 만큼 공공 쓰레기통 확충을 반긴다. 커피 등 음료를 포장해 거리에서 마시는 문화가 퍼진 것도 공공 쓰레기통 부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포장 음료 전용 쓰레기통이 설치된 부산진구 서면 동천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공공 쓰레기통에 각종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버리지 않도록 감시나 규제도 필요하다”면서도 “요즘은 시내버스에 음료를 들고 타지 못하므로 최소한 버스 정류장 주변에는 쓰레기통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공공 쓰레기통을 철거하기보다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유동 인구가 많고 생활 쓰레기 무단 투기 우려는 적은 비주거지를 중심으로 공공 쓰레기통을 설치해야 한다”며 “테이크아웃 컵 반환제 등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이는 제도가 수반돼야 공공 쓰레기통이 쓰레기로 넘쳐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