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 기승이다. “뭐 좀 시원한 거 없어?”라는 장탄식이 절로 나오는 이때, 부산 극단들이 뜻을 모아 오싹한 공포물 시리즈를 무대에 올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름하여 ‘제1회 호러 스테이지 페스티벌’은 극단 세 곳의 장르물 3편을 7월 한 달간 주말마다 선보이는 ‘납량 특집 3부작’이다. 공연예술단체 빅픽처스테이지가 기획하고 드렁큰씨어터, 우릿, 빅피처스테이지가 차례로 동래문화회관 소극장 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토요일 오후 2시·5시, 일요일 오후 4시 공연이다.
∎1부-드렁큰씨어터 ‘최저인간’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세상이 무너지고 사람들은 좀비로 변한다. 폐허 속 컨테이너에 간신히 살아남은 여인과 불빛을 보고 찾아온 또 다른 생존자들이 의심과 위협, 갈등 속에서 인간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줄타기를 펼친다.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도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인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디스토피아 스릴러물이다. 컨테이너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긴장과 몰입감이 한순간이나마 무더위를 벗어나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 부산문화회관 신진예술페스티벌 초청작으로 2020년 작강연극제와 2023년 부산연극제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은 작품이다. 윤준기 작·연출로 손남숙, 이동현, 황자미 배우가 출연한다. 12~13일 페스티벌 첫 주말을 책임진다.
∎2부-우릿 ‘우리집에 왜 있니?’
귀신과 인간의 동거 상황을 유쾌하게 그린 공포 코믹물. 사람과의 관계에 지친 민지가 원룸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하지만 원룸엔 민지보다 먼저 ‘입주’한 귀신 정인이 살고 있다. 새 입주자가 마음에 안 든 정인은 민지를 쫓아내려 하고, 또 다른 귀신인 현수와 문호는 정인을 말리고 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귀신의 존재를 알게 된 민지는 원룸 사수를 위한 ‘웃픈 전쟁’을 펼친다. 늘 외롭기만 한 인간소외 시대, 귀신과의 동거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는 없을까.
‘유쾌한 공포’를 표방하는 이 작품은 2019년 창단 무대에도 올린 극단 우릿의 대표 레퍼토리로 2022년 부산문화재단 청년예술가 지원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호러와 코미디, 감동 삼박자를 갖췄다는 리뷰가 눈길을 끈다. 강인정 작·연출로 이정민, 문석종, 강유정, 이열우, 김주연, 문석주가 연기한다. 19~20일.
∎3부-빅픽처스테이지 ‘코마’
외딴 산속 별장에서 몸이 불편한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혜령. 폭설이 몰아치는 어느 날, 낯선 남자 남수가 불쑥 들이닥친다. 서로를 경계하며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총성이 들리고 남수의 눈엔 광기가 서린다.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할 이 작품은 폐쇄된 공간에 몰아친 긴장 상황을 통해 개인의 이득을 위해 타인에게 고통을 주지 않았는지 묻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2019년 제3회 부산창작희곡 공모전 금상을 받았다. 이듬해 부산예술제에서 초연됐으며 2021년 부산문화회관 신진예술페스티벌 최우수작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23년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 비팜) 쇼케이스 초청에 이어 지난해 부산연극제 무대에도 올랐다.
김정환 작·연출로 최현정, 선승일, 박센, 김수휘, 허다영, 이설이 출연한다. 7월 마지막 주말인 26~27일 만날 수 있으며, 평일인 29~30일(오후 7시 30분) 이틀간 연장 공연을 한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