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한마디로 아주 세다. ‘트루맛쇼’(2011)-‘MB의 추억’(2012)-‘쿼바디스’(2014)-‘자백’(2016)-‘미스 프레지던트’(2017)로 이어진다. ‘칠곡 가시나들’(2019)을 제외하고는 방송 3사, 대통령들, 대형 교회, 간첩 조작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만들며 대한민국 최고 권력 집단들과 맞장을 떠왔다.
김 감독은 “친구들이 ‘인생이 무료하냐?’ 혹은 ‘괴로움을 겪으면 희열을 느끼냐?’와 같은 질문을 한다.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굳이 힘든 길을 선택하니 이해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진지하고 무거운 사람이 아닌데 스스로도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그는 “예전에는 ‘재미있게 살고 의미 있게 죽자’라는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재미있는 게 의미 있는 거다’로 삶의 태도가 바뀌었다. 덕분에 일도 일상도 여전히 재밌다”라면서 씩씩한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칠곡 가시나들'을 만들 때가 원래 그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는 이 영화를 개봉한 다음 해에 칠곡 할머니들의 이야기로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이라는 에세이를 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영화와 에세이를 공동 원작으로 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예술감독도 맡았다. 문해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며 인생의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지난 2월 서울 국립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이 뮤지컬은 지난 4~5일 창원 3·15아트센터 대극장을 비롯해, 오는 11월로 예정된 일본 도쿄 쇼케이스 공연까지 성황리에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트루맛쇼’는 경기도 일산에 식당을 차리고 2년간 영업하면서 협찬비 수천만 원을 내고 SBS와 MBC에 맛집으로 출연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는 달리 보여줄 방법이 없었다고 말한다. 덕분에 ‘VJ특공대’ 와 ‘찾아라 맛있는 TV’ 같은 유해한 방송 프로가 세상에서 사라졌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