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척하기는 쉽지만
알기는 어렵다
모르기는 쉽지만
모르는 척하기 어렵다
아는 척하지 않는 것이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모르는 척하다 보면
비로소 모르게 되고
정녕 모르다 보면
마침내 알기에 이르나니
고로 모르는 게
아는 것이다
시집 〈못 걷는 슬픔을 지날 때〉 (2024) 중에서
논어 위정편에 보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앎’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공자의 수제자인 자로가 사람들에게 스승 노릇을 하면서 잘못 인도하는 것을 보고 한 말입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사람에게는 희망과 기회가 있다 합니다.
모르는 게 약이란 말도 있고,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도 있는데요. 알아야 행할 수 있고, 알아야 이겨낼 수 있고, 알아야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겠지만 아는 것과 아는 척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를 망가뜨리는 건 무지가 아니라 자만입니다.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현명함이겠지요.
보조용언 ‘척’은 그럴 듯 하게 꾸며낸 거짓입니다. 안다고 여겼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