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철의 사리분별] 대한민국 미래 동력 북극항로와 부울경 메가시티

입력 : 2025-07-15 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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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중·일 해상 루트 주도권 경쟁 치열
국가 주도 해양 인프라 적극적 확충
한국, 치밀한 전략으로 기회 살려야

동남권 '글로벌 역세권' 도약 기회
초광역도시 변신, 거점 효과 극대화
배후단지·클러스트 공동 구축 추진을

인류 문명사를 뒤흔들 새로운 길이 열린다. 심지어 이 길은 부산·울산·경남을 경유해 지나간다. 부울경이 지구촌 누구나 부러워하는 ‘글로벌 초역세권’이자 아시아의 관문으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이 길은 부울경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살릴 미래 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어마어마한 ‘복권’에 당첨된 부울경은 아직까지 이 길의 가치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이 길은 북극항로를 말한다.

북극항로는 반갑지만 슬픈 길이다. 얼어붙은 북극해가 지구온난화로 녹으면서 비로소 상업적 선박 운항을 꿈꿀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새로운 글로벌 해상 루트인 북극항로는 시베리아 북쪽 연안을 경유하는 북동항로, 캐나다 영역의 북부 북극해를 통과하는 북서항로, 아직까지 얼어붙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북극점 횡단 항로 등의 세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길은 북동항로다. 북동항로는 유럽 발트해에서 노르웨이 북구를 거쳐 러시아 북극 연안을 따라 항해한 뒤 동시베리아와 베링해협을 지나 한반도 동해로 진입,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로 연결된다.

북극항로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유럽에서 일본과 중국, 한국 등 아시아로 오가는 선박들이 부울경 항만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구촌은 유럽~아시아 물류 운송을 위해 말라카해협과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를 수백 년 동안 이용했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상용화되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북극항로는 1만 2700km로 2만 1000km에 달하는 기존 항로보다 훨씬 짧다. 운송 시간뿐만 아니라 연료비 등 물류 수송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북극항로는 아직까지 활짝 열리지 않았다. 현재 하절기 5개월 정도만 운항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10여 년 후에는 연중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등은 이미 치열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북극항로를 ‘빙상 실크로드’로 명명하고 인프라 확충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홋카이도를 북극항로의 중간 거점이자 환적 허브로 만드는 대대적인 육성 정책에 나서고 있다. 북극항로에 필요한 쇄빙선 경쟁도 치열하다. 노르웨이, 핀란드, 러시아 등은 쇄빙과 운항을 동시에 하는 선단을 꾸리는 등 북극항로 활용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북극항로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한 데 이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을 시작으로 북극항로 대비 전략을 본격 추진한 것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한다. 해수부가 북극항로 태스크포스를 꾸리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범 정부 차원의 정밀한 협업이 시급하다. 부산항을 거점항구로 육성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관련 특별법 등 제도적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더욱이 북동항로는 국제법상 공해이지만 유빙과 빙산 때문에 러시아의 에스코트를 받아야 통행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등의 장기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부울경도 북극항로 시대를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북극항로 거점항구는 단순히 화물만 오고 가는 장소가 아니다. 물류 환적과 생산, 재가공, 금융거래 등을 할 수 있는 배후단지 인프라를 공동으로 구축해야 한다. 부울경 전체를 첨단산업기술 클러스트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부산항뿐만 아니라 울산신항도 거점항구에 포함시켜 역할을 배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일본과 중국에 밀려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우려가 크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부울경을 아우르는 초광역 메가시티를 만드는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주의를 없애고 새로운 국가 동력을 만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부울경은 각 정당과 지역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동안 메가시티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을 출범했으나 경제 협력으로는 메가시티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더욱이 행정통합 논의엔 부산과 경남만 참여한 데다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부울경은 메가시티화 논의를 활성화하고 관련 특별법을 추진해야 한다. 이젠 시간이 없다.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은 메가시티화가 이제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부울경이 메가시티라는 큰 날개를 활짝 펼칠 때 북극항로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새로운 산업 문명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북극항로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앞둔 지금, 정부와 부울경의 빈틈없는 대응 전략 수립과 추진을 기대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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