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기능 분산 법안’ 발의에 다시 들끓는 사천

입력 : 2025-07-16 08:00: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정동영 대표발의 ‘우주기본법안’
우주개발총괄기구 법인 신설안
우주항공청 핵심 기능 포함 논란
별도 총괄기구는 ‘옥상옥’ 개념
“우주청 역할 줄어든다는 의미”
소재지 명시 없어 ‘유치전’ 유발
우주청 기능 분리 두 번째 시도
민주당 주도로 단독 처리 우려
사천 “경남·우주청과 공동 대응”

우주항공복합도시를 지향하는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항공기 기체가 조립되고 있다. 부산일보DB 우주항공복합도시를 지향하는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항공기 기체가 조립되고 있다. 부산일보DB

우주항공청 핵심 기능을 별도 기관으로 분리하는 내용의 법안이 또다시 발의돼 지역 사회가 들끓는다. 우주항공청이 위치한 경남 사천시는 ‘산업 집적화에 악영향을 끼칠 법안’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15일 사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정동영(전북 전주병) 의원이 ‘우주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우주개발진흥법’이 우주 환경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관련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본법안’이 필요하다는 게 의원실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남도와 사천시도 모르는 사이 법안이 발의되고 입법 예고 기간에 들어가자 이를 보는 지역 여론은 싸늘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우주항공청 산하에 ‘우주개발총괄기구’라는 법인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 제9조다.

법안에 따르면 우주개발총괄기구는 이름 그대로 정책 수립 지원과 연구개발 사업 수행, 산학연 체계 구축,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담당한다. 현재 우주항공청이 수행 중인 핵심 기능이 대부분 여기 포함된다.

당연히 우주항공청의 역할과 중복되거나 기능이 다른 기구로 분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한 우주항공 전문가는 “우주항공청이 기존에 해 오던 역할과 차이가 없다. 산하 기구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은 우주항공청의 역할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항공우주연구원이나 한국천문연구원과의 역할이 겹쳐 연구개발 체계가 더 복잡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역구 의원인 국민의힘 서천호(사천남해하동) 의원은 우주항공청이 있는데 별도로 총괄기구를 뒀다가는 옥상옥의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미래산업에 국가가 집중투자를 하려면 조직이 단순화되어야 한다. 우주항공산업 활성화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이러한 법안이 발의된다는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제9조 4~6항과 제10조에 명시된 내용도 논란이다. 법안에는 우주개발총괄기구를 법인으로 하며, 사무소 소재지에서 설립등기를 하도록 규정했다. 또 우주개발총괄기구를 지역에 설립·운영할 경우 지자체는 예산의 범위에서 출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기구의 구체적 소재지를 명시하지 않았고, 지자체 출연금 지급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불필요하게 지역 간 유치 경쟁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경남과 사천시의 반발이 커지는 건 우주항공청 기능 분리 시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에도 더불어민주당 황정아(대전 유성을) 의원 등 여당 의원 22명이 우주항공청 연구개발본부의 대전 신설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지역 간 갈등을 촉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개정안은 보류됐지만, 1년도 채 안 돼 재차 우주항공청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번 법안에 참여한 12명 의원은 모두 여당 소속이며, 이 중 6명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활동 중이다. 다만, 황 의원 등 대전 국회의원들은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천시는 경남도 등과 함께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사천시 측은 “경남도, 우주항공청 등과 함께 관련 내용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기능 분리는 사천시 만의 일이 아니다. 경남도, 나아가 부울경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주항공산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공동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동영 의원실은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주개발진흥법은 있지만 모법이 되는 기본법이 없어서 추진하게 됐다고 발의 의도를 밝혔다. 정 의원실은 “특별한 구상이 있는 게 아니고, 필요성에 관해 한번 공론화를 시작해 봤으면 좋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 기능 분리와 소재지 이전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다. 모든 법안은 수정 절차를 거친다. 조만간 우주항공청 관계자들과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