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대표의 사업비 횡령·배임으로 좌초된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 사업(이하 호텔 조성 사업)’이 끝내 합천군의 변제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법원이 합천군 책임을 일부 경감해줬지만, 함께 변제에 나서야 하는 시행사와 연대보증인은 사실상 변제 능력을 상실해 지자체 부담만 가중됐다.
5일 합천군에 따르면 지난달 25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호텔 조성사업과 관련해 대출금 반환 등 청구의 소 판결이 내려졌다. 호텔 조성 사업에 대출을 해준 금융사(대주)가 합천군을 포함해 시공사·시행사·연대보증인을 상대로 제소한 대출금 반환청구 소송 1심의 결론이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모두 공동 채무가 있으며, 대주에게 288억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호텔 조성 사업은 민선 7기 시절인 지난 2021년 9월 본격화했다. 영상테마파크는 합천군의 핵심 관광 인프라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어 ‘머무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이에 합천군은 공모를 통해 민간 투자자 유치에 나섰고, 모브호텔앤리조트와 실시협약(MOA)을 체결했다.
합천군과 시행사는 영상테마파크 내 1607㎡ 부지에 민간자본 590억 원(대출금 550억 원·시행사 자부담 40억 원)을 들여 전체면적 7336㎡, 7층·200실 규모 호텔을 건립하기로 했다. 합천군이 호텔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시행사는 호텔 준공 후 이를 기부채납한 뒤 20년간 호텔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숙원이던 영상테마파크 숙박 시설을 짓기 위해 시작된 사업은 돌연 합천군의 애물단지가 됐다. 시행사가 추가 대출을 요구하자 합천군이 과도한 지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시행사 대표 A 씨가 250억 원 가량을 들고 잠적하면서 사업은 결국 1년 9개월 만에 좌초됐다.
이 사건으로 합천군은 막대한 대출금을 갚아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합천군은 대출 약정 당시 대체 사업자를 구하지 못하면 직접 대출금을 갚겠다는 불합리한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잠적한 A 씨는 결국 검거돼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지만, 배상 의무는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합천군은 긴 법적 다툼에 들어갔다.
먼저 지난해 11월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에서 열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은 합천군 패소로 결론 났다. 합천군에 전액 채무가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그리고 지난달 대출급 반환 청구 1심에서도 합천군이 공동 채무 중 일부를 갚아야 한다는 명령이 내려졌다. 손해배상 예정액이 일부 감액된 상황은 고무적이다. 재판부는 당초 대주의 청구액 288억 원 중 88억 원을 제외한 최대 200억 원에 대해서만 합천군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시공사에 대해서는 대주와의 책임준공확약에서 면책될 수 없다며 시행사, 연대보증인과 연대해 대주에게 288억 원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판결대로라면 합천군은 다른 피고인과 협의해 200억 원의 1/4 정도인 50억 원 정도만 배상하면 된다. 문제는 법원이 피고인 개별 변제가 아닌, 공동 변제를 명령했다는 점이다. 현재 시행사와 연대보증인은 변제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에도 수백만 원의 이자가 쌓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합천군과 시공사가 우선적으로 대출금 전체인 200억 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합천군은 일단 지금껏 모아둔 청사 건립기금 활용을 검토 중이다. 대출금부터 먼저 변제한 뒤 향후 소송을 통해 시행사·연대보증인에 돈을 받아내겠다는 생각이다.
합천군 관계자는 “아직 항소 여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이자가 쌓일수록 갚아야 할 금액도 커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변제에 나설 계획이다.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법률대리인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