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 정상들을 만나 우크라이나전 종전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상안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지난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논의한 조건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대신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날 연쇄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양자 회담으로 시작된다. CNN은 양국 정상은 백악관에서 만난 뒤 다른 유럽 정상들과 함께 단체 회담을 할 계획이며 오찬까지 같이 할 수도 있다고 전날(17일)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외에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참여할 예정이다.
유럽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 15일 만나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선 휴전’을 포기하고 대신 평화 협상으로 직행하기로 한 데 대해 부정적이다. 이에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안을 우크라이나에 강제하지 못하도록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1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안의 수용 여부는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연쇄 회담의 핵심 안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을 방지할 '안전 보장' 장치와 우크라이나 영토 이양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의 핵심 요구인 안전 보장 제공을 꺼렸으나 최근 입장을 바꿔 이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사를 유럽 지도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도 18일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제5조와 유사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푸틴 대통령이 지난 15일 회담에서 동의했다”고 밝혔다.
나토 조약 5조는 동맹국 중 한 곳이 공격받으면 모든 동맹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대응한다는 집단방위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간절히 희망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해 왔다.
유럽 정상들과 우크라이나는 안전 보장이 충분한 억제력을 갖추려면 유럽 국가들의 지원만으로는 부족하고 미국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보는 데 18일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의 역할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회담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영토 획정이다. 그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남부의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 4개 지역을 상당 부분 점령했으며 평화 합의 조건으로 이들 지역의 완전한 통제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루한스크 지역만 전체를 점령했을 뿐 나머지 3개 지역은 우크라이나가 일부를 계속 지배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을 전부 넘겨받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북부 수미·하르키우 지역의 훨씬 더 작은 면적의 영토를 돌려주고, 헤르손과 자포리자의 전선을 현 상태에서 동결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는 2014년에 강제로 병합한 크림반도의 러시아 편입을 공식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이 같은 영토 양보를 수용하기 쉽지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기존 영토 요구를 완화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CNN 인터뷰에서 "우리가 보기에 협상에 항상 가장 중요했던 5개 지역이 있다"면서 "협상 테이블에서 러시아는 5개 지역 전부와 관련해 일부 양보를 했다"고 말했다. 다만 양보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