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해킹 사고와 관련해 설정한 ‘위약금 면제 시한’에 법적 근거가 없어 시한 이후에도 올해 안에는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분쟁조정 결과가 나왔다. 분쟁 조정은 회사 측이 조정 결과를 수용해야 성립된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조정 결과를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법정기구인 통신분쟁조정위원회는 SK텔레콤 해킹 사고 위약금 분쟁과 관련, 회사 측 책임을 인정하는 직권조정결정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분쟁조정위는 지난달 14일이었던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마감시한을 넘겨 해지를 신청, 위약금 전액이 청구된 2건의 분쟁조정신청 사건에 대해 “올해 안에 이용자가 이동통신 서비스 해지를 신청할 경우 해지 위약금을 전액 면제하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쟁조정위는 “고객의 정당한 계약 해지권은 법률상 소멸 사유가 없는 한 그 행사 기간을 제한하거나 소멸시킬 근거가 없다”면서 “SK텔레콤이 안내한 위약금 면제 해지 기한은 법리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분쟁조정위는 “지난 7월 4일 위약금 면제 발표 이후 7월 14일까지의 위약금 면제 마감 시한도 상당히 짧았으며, 장문의 문자 안내(1회) 등으로는 바로 인지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마감 시한 이후 해지하는 신청인을 위약금 면제 대상에서 제외할 합리적 사유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분쟁조정위의 이 같은 직권조정 결정을 SK텔레콤이 받아들일 경우 위약금 면제는 올해 연말까지 연장된다. 그러나 직권조정 결정은 소비자와 회사 모두 수락해야 성립된다. 어느 한 쪽이라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 불성립’으로 종결된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분쟁조정위 결정을 수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결정과 관련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아직 수락 여부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분쟁조정위는 SK텔레콤의 ‘결합상품’ 가입자 위약금에 대해서도 50%를 회사 측이 부담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인터넷, IPTV 등 결합상품 가입자의 위약금에 대해 SK텔레콤은 이동전화 부분만 위약금 면제가 적용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분쟁조정위는 “유무선 결합상품 해지로 인해 신청인이 부담하는 위약금(할인반환금)의 50%에 상당하는 금액을 SK텔레콤이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분쟁조정위는 “결합상품 해지는 SK텔레콤의 과실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인터넷과 TV 등 유선 서비스와의 결합상품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유선 서비스도 약정기간 내 해지하는 것은 예견 가능하며, SK텔레콤 침해사고와 유선 중도 해지로 인한 위약금 발생은 상당한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로 신청인에 대한 배상책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결합상품의 경우 유무선 서비스가 별도로 약정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통합 상품처럼 판매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분쟁조정위는 지난 1월 KT의 ‘갤럭시S25’ 사전예약 이벤트에서 사은품 제공 혜택에 대해 ‘선착순 1000명 한정’이라는 고지가 누락됐다며 예약을 취소한 사건과 관련, KT의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KT가 제휴채널의 이벤트 대상 선착순 고지가 누락됐다는 이유로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총 22건의 분쟁조정신청이 접수됐다.
분쟁조정위는 “KT가 지난 1월 23~25일 전개된 이벤트 시 약속했던 상품권(네이버페이 10만 원권과 케이스티파이 상품권 5만원 권 또는 신세계상품권 10만원 권)을 신청인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분쟁조정위는 KT가 ‘갤럭시S25’ 휴대폰을 공급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사전예약을 임의로 취소할 만한 권한은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이벤트가 선착순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휴대폰 제조사가 KT에 제한된 수량만 공급하겠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지적, 사전예약 취소는 KT의 영업(프로모션) 비용 증가가 주된 원인이라고 봤다. KT가 임의로 지급한 보상(네이버페이 3만 원권, 티빙 내지 밀리의 서재 1년 이용권)이 적절했는지와 관련해서도 신청인과 합의된 내용의 손해배상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사전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한 신청인에게 KT는 제휴매체 추가 혜택에 상응하는 손해를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KT는 이번 결정에 대해 “수락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면서 “사실조사도 진행 중으로 성실하게 협조하고, 추가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쟁조정위는 이번 직권조정 결과를 SK텔레콤과 KT, 소비자에게 통보했다면서 “해당 통신사가 이번 직권조정결정을 수락해 이용자 권익보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