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키야 아마노 사무총장은 연설 중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비유를 꺼내며, 원전에서 나온 폐기물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폐기물 문제가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방사성 폐기물은 원전의 근본적인 취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사고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해체와 폐기물 발생은 불가피하다. 상당한 비용을 들여 반영구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해체 후 폐기물은 어디로
고리 1호기를 해체하면 고체성 폐기물이 17만 1708t 정도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90% 이상인 15만 8387t이 비방폐물이다. 방사능 농도가 규제 이하로, 자체 처분이 가능하다.
극저준위 폐기물은 4315t으로 예상된다. 관리 대상이지만, 농도가 낮아 간이 처분 형태로 매립할 수 있다. 다른 저중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마찬가지로 경주 방폐장으로 옮긴다. 최종적으로는 극저준위 전용인 방폐장 내 3단계 처분시설(2031년 준공 예정)에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능 농도가 훨씬 짙은 저준위 폐기물은 8941t가량으로 추정된다. 작업에 쓰였던 장갑, 오염된 설비나 콘크리트 조각 등이다. 오염된 폐기물과 접촉하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어 위험하다. 특히 먼지 형태로 호흡기에 들어가면 장기간 지속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중준위 폐기물 65t은 원자로 내부를 이룬 금속성 폐기물이다. 노심 부품처럼 장기간 방사능에 노출된 물질로, 작업자가 짧게는 몇 분만 근처에 있어도 치명적인 피폭이 가능하다. 300년 정도 지나면 안전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중준위 모두 차폐 정도는 다르지만 콘크리트 등과 함께 드럼통에 담아, 경주 방폐장 처분시설로 보내진다. 다만 중준위 폐기물의 경우 해체 뒤 방사능 수치가 방폐장 인수 조건을 넘어서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처리 공간은 일단 여유가 있다. 저·중준위 폐기물을 담당하는 방폐장 내 1단계 시설은 공간이 비어있고, 연말 2단계 시설도 추가로 준공 예정이다. 다만 향후 해체 원전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폐기장 공간 부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밝힌 해체 방사성 폐기물량은 기존 해체 원전 사례 등을 근거로 만든 추정치이다. 방사능 오염과 제염 작업 정도 등에 따라 저·중준위 폐기물이 늘거나 줄 수 있다. 미국 메인주 양키 원전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이 예상보다 20% 이상 늘어나는 등 이전 해체 사례들은 대체로 폐기물 증가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실제 발생량은 오히려 계획보다 줄 수 있지만, 안전성을 위해 폐기물 발생량과 처리비용을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불안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사성 폐기물 중 가장 위험하면서 처치 곤란한 것이 사용후핵연료다. 고리 1호기를 해체하면 보관 중인 고준위 폐기물인 485다발(167t)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야 한다. 몇 초의 노출만으로도 치명적인 피폭이 가능해, 인류가 관리하는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고 불린다. 반감기도 핵종에 따라 수십 년에서 수만 년 단위라, 사실상 영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계획은 고리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지어 보관하다, 2050년 외부 중간저장시설이 준공되면 옮기는 것이다.
485다발이 1호기가 만들어 낸 전체 사용후핵연료는 아니다. 40년간 운영되면서 1391다발이 만들어졌는데, 이 중 일부만 1호기에 있고 나머지 906다발은 고리 3·4호기 등에 나누어 보관 중이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이미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율이 90%를 넘겼다. 원전 안에 임시로 보관하는 방식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수원 등이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한 다발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3억 200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1호기에 적용하면 사용후핵연료 1391다발 처리비용만 4000억 원이 훨씬 넘는다. 하지만 이 마저도 2012년 산정된 금액으로, 재산정하면 비용 부담이 훨씬 커지고 원전 단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정책위원은 “원자로를 해체하면, 중준위 범위를 넘어서는 폐기물이 나올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아닌 고준위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라며 “해체를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생길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