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 브레이크 오작동을 주장하는 버스 사고가 잇따르면서(부산일보 8월 12일 자 2면 등 보도) 버스 브레이크에 블랙박스가 설치된다. 우선 5대에 시범 도입되고 사고 예방 효과 등을 검증해 전체 2516대 버스에 확대 도입도 검토된다.
부산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부산버스조합)은 부산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에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기반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시범 사업을 이르면 이달 중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페달 블랙박스란 운전석 하단의 페달 부분을 녹화하는 장치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에 활용된다. ADAS 기반으로 운전자가 위험 상황에서 실수로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는 경우 경보음을 울리는 등 사고 예방 기능도 한다.
이번 사업은 지난 10일 시내버스가 부산 부산진구 서면교차로 인근 횡단보도를 덮치면서 보행자 2명이 숨진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다. 당시 시내버스를 몰았던 60대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시내버스 사고 이후 제동 장치 등 차량 이상이 원인이라는 주장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24일 부산진구 양정동 하마정교차로에서는 시내버스가 택시와 1t 트럭, 승용차를 들이받아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에도 버스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사고의 원인으로 드러났다.
부산버스조합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ADAS 기반 페달 블랙박스 5대를 우선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시범 운영을 통해 사고 예방 등 효과가 검증되면 페달 블랙박스를 부산버스조합 소속 업체가 운영하는 전체 시내버스 2516대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부산 시내버스 업계 노사 300명은 21일 서면 일대에서 이같은 안전 장치 도입 계획이 담긴 '사고 근절 및 안전한 버스 만들기' 캠페인을 펼쳤다. 이날 캠페인은 부산 시내버스 노사는 시민들에게 안전 운행의 중요성을 알리고 교통사고 예방 의지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한편 경찰은 지난 10일 서면교차로 인근 사고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운전자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감정을 의뢰했고,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도 진행했다. 국과수의 블랙박스와 브레이크 등 차량 부품 감식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께 나올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운전자의 건강 상태, 운전자가 정년 퇴직 이후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등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