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특별법…국가적 명분 부각해 국민 공감대·정치권 합의 이끌어내야 [부산, 대한민국 해양수도]

입력 : 2025-09-01 1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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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혜 논란 땐 정쟁 불 보듯
세종·제주·새만금 특별법처럼
대한민국 전체 해양 전략 강조

부산항에서 크루즈선이 출항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항에서 크루즈선이 출항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해양수도 부산의 핵심 법안으로 꼽히는 해양수도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지역 특혜’ 논란이다. 특정 도시만을 위한 지원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면 정치적 합의가 어려워지고 정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부산은 해양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해 여러 차례 입법을 추진했지만, 지역 특혜 논란과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지방자치법 등 기존 법과의 충돌 우려로 번번이 좌절됐다. 반면 세종·제주·새만금 특별법 등 다른 지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도시개발이 아니라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제 경쟁력 강화 같은 국가적 명분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2005년 제정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행복도시법)은 행정기관 이전을 명문화하고 행정수도 조성을 국가적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2010년 제정된 ‘세종특별자치시법’은 세종을 행정수도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추진위원회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을 설치해 강력한 집행 구조를 마련했고, 특별회계를 신설해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했다. 이런 제도적 장치들이 뒷받침되면서 세종은 단순한 신도시를 넘어 행정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제주도는 2006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통해 국제자유도시라는 국가 전략을 제도화했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이양받고 자치권을 보장받았다. 영어교육도시 지정, 국제학교 설립 허용, 외국인 의료기관 개설, 관광·카지노 규제 완화 등 과감한 특례도 포함됐다. 그 결과 제주도는 단순히 지역경제 활성화를 넘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국제 관광 도시로 도약했다.

2007년 제정된 전북 새만금 특별법도 같은 맥락이다. ‘새만금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은 간척사업 지역을 환경친화적으로 개발·이용하며 국토 개발이라는 국가적 명분을 내세웠다. 동시에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했다. 이처럼 세종·제주·새만금 특별법은 모두 국가적 명분을 앞세워 국민적 공감대와 정치권 합의를 이끌어냈다. 부산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수부 청사 이전만 담은 법안보다는 오히려 북극항로 개척, 친환경 해운산업, 글로벌 해양금융 허브 조성 같은 국가적 과제를 포함해야 설득력이 생긴다. 북극항로는 동북아 물류 판도를 바꾸는 국제 현안이고, 글로벌 금융과 해양 물류는 한국의 신성장 산업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크다. 해양수도특별법이 부산만의 법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해양 전략임을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고 본다. 예로 국무총리 직속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관계 부처와 부산시,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항만 환적 물동량 △선박금융 규모 △기업 이전 수 △외국인 투자 유치 등 성과 지표(KPI)를 매년 공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부산항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수치로 보여줄 수 있다면 ‘부산만을 위한 법’이라는 비판을 넘어 ‘대한민국 해양 전략의 핵심 법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여기에 특별회계를 신설해 안정적 예산을 확보하고, 국회 보고와 감사원 성과 감사까지 연계하면 투명성과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

결국 부산판 특별법에도 필요한 것은 국가적 명분이다. 세종은 ‘행정수도 완성’, 제주는 ‘국제도시 완성’, 새만금은 ‘국토 개발’을 내세워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부산 역시 해양산업과 북극항로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해양허브라는 국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야 합의와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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