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의 한 횟집이 해삼 한 접시를 7만 원에 판매해 논란이 되는 등 부산의 도시 이미지를 훼손하는 바가지요금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관광지 바가지요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단속 근거가 없어 일선 지자체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내국인들의 지방 관광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제일 큰 장애 요인은 자영업자들로 인해 사고가 가끔 나는 것”이라며 “바가지 씌우는 것을 어떻게 단속할 방법이 없나”라고 물으며 대책을 지시했다. 일부 업소에서 무리하게 이득을 보려다 관광객들의 피해는 물론, 지역 관광 전체가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최근 해삼 한 접시를 7만 원에 팔아 논란이 된 부산 중구의 횟집 A 업소 등을 사례로 들었다.
A 업소는 최근 손님에게 2~3마리 분량의 해삼 한 접시를 7만 원에 판매했다는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바가지요금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해삼은 정확한 가격 대신 ‘시가’로 표기돼 있었다.
A 업소뿐 아니라 주요 관광지의 바가지요금 사례는 여름 휴가철을 지나며 이어지고 있다. 앞서 부산 기장군 해동용궁사 인근 노점에서는 어묵 1개를 3000원에 판매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 7월에는 울릉도를 찾은 한 관광객이 식당에서 비계가 절반인 삼겹살을 판매한 사실을 공개하자 울릉군수가 직접 사과하며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단순한 바가지를 넘어 관광지 대목을 맞아 폭리를 취하려는 일부 업자들의 인식도 문제다. 지난 7월 부산 수영구의 한 숙박업주는 부산불꽃축제 날짜가 변경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미 예약한 손님에게 거액의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가 신고됐다. 부산불꽃축제 당일 숙소를 65만 원에 예매한 예약자에게 업주가 다음날 135만 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고, 비용을 내지 않자 자체적으로 환불 처리를 한 것이다.
바가지요금에 따른 관광객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에서는 이를 근절하기 위한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부산 중구청은 A 업소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현장 단속에 나서 A 업소에 가격 미표기에 대한 시정 명령을 내렸다. 해삼 등 해산물 가격을 시가로 표기하는 등 소비자에게 가격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다. 판매 품목의 가격이 시가인 경우에도 업주는 당일 시세를 표시해야 한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당에서 가격을 정확하게 표기하지 않거나 가격표와 다른 요금을 받으면 업주에게 1차 시정 명령, 2차 영업 정지 7일, 3차 영업 정지 15일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
하지만 A 업소처럼 가격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경우 외에 단순히 가격을 높게 매기는 ‘바가지요금’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앞서 논란이 된 해동용궁사 앞 노점도 최근 기장군청이 고발했지만 이는 가격과 무관한 무신고 영업에 따른 것이다.
기장군청은 다음 주 중 문제가 됐던 해동용궁사 등 지역 내 주요 관광지와 전통시장 등에서 전단을 배부하며 바가지요금 근절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중구청도 자갈치시장 인근 어패류조합, 신동아시장, 자갈밭상인회, 외식업지부 등 4개 상인회와 함께 오는 5일 바가지요금 근절을 다짐하는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제도적 구속력 없이 업주들이 적정 가격 판매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수준이다.
수영구청은 불꽃축제를 앞두고 소비자 공중위생 감시원을 통해 숙소에서 공지한 요금과 고객이 실제 지불한 금액과 같은지 확인하고 있지만, 앞선 사례처럼 규정에 따른 ‘얌체 환불’의 경우 제재할 방법은 없다.
기장군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바가지요금은 지역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단속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침이나 입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속에 앞서 관광 업계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동서대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권장욱 교수는 “상인회 등 협의체에서 ‘바가지로 인해 전체 부산 관광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우선 형성되야 한다”며 “단순히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버는 차원을 넘어 관광객을 시민으로 따뜻하게 맞이하는 부산만의 환대 철학을 브랜드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