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북극항로의 관문 도시가 된다는 것은 북극항로를 오가는 선박들이 반드시 거쳐갈 거점항 지위에 부산항이 올라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여수부터 포항까지 동남권 전체 항만의 역할 분담은 필수다.
영산대 홍성원 교수와 KMI 김은우 항만산업연구실장은 거점항에 걸맞은 항만서비스 전체 주기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와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입항부터 하역, 보관, 급유, 수리, 선용품, 인력 교체 등 모든 면에서의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쇄빙·내빙선 전용 항만 확보, 환적 물량 증대에 대비한 (냉동)컨테이너 장치장 확충, 쇄빙·내빙선 수리 조선소 확보, 극지 선박 전용 부품 클러스터 조성, 극지 선용품 서비스 강화, 친환경 연료 벙커링 인프라 및 공급망 구축, 극지 항해 선박에 필요한 해운 정보 등이 과제로 꼽힌다.
부산시 의뢰로 ‘북극항로 허브도시 부산 조성 연구 용역’을 수행 중인 동아대 정성문 교수는 북극항로 거점항이 되기에 부산항이 가진 약점과 위기로 △쇄빙선과 북극항로 운항 전문 인력 부재 △북극항로 전용 항만시설과 화물 처리 시설 부족 △북극항로 항해 정보와 유빙 관측 실시간 데이터와 예측 인프라 미비 △경쟁 항만의 적극적 인프라 투자와 기술 개발 경쟁을 꼽았다.
현재 해양수산부 계획에 따르면 부산항 신항 수리조선단지와 LNG벙커링 기지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위치만 지정돼 있다. 하지만 2023년 부산항 입항 5000t급 이상 선박 중 140척에 불과하던 LNG선이 지난해에는 200척으로 늘었고, 올 7월까지 160척이 입항했다.
LNG벙커링 수요에 대응, 부산항만공사(BPA)는 단기적으로는 울산과 여수로부터 LNG와 메탄올 벙커링 선박을 이용해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또 2035년까지 남컨배후부지에 메탄올 벙커링 단지를, 2040년 이후에는 진해신항 남단에 수소와 암모니아 벙커링 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BPA는 LNG벙커링 기지 민자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메탄올 벙커링 단지와 LNG벙커링 기지를 자체 사업으로 하부시설을 조성하고 상부시설은 민간자본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