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에 ‘공천 청구서’ 내미는 ‘맹윤’…국힘 PK 지선 악재 가중되나

입력 : 2025-09-04 17: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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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PK·TK 기초단체장 30석 군소 보수정당에 양보 언급
이들 지원 받은 장 대표 수용 나선다면 당 내분 재점화 가능성
특히 ‘윤 어게인’ 재쟁점화 되면, 여 지지 적잖은 PK서 악재 될 듯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의힘-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의힘-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맹윤’(맹렬한 친윤) 세력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향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강경 보수 정당들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지원을 받아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장 대표에 대한 일종의 ‘청구서’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전략, 특히 장 대표가 ‘필승’을 다짐한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선거의 난이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고성국TV’ 채널을 운영하는 고성국 씨는 지난 2일 올린 영상에서 보수가 지방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공천)양보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강경 보수 성향인 고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일으킨 후 직접 통화했던 인물이며, 이번 전대에서 전한길 씨 등과 함께 장 대표를 지원했다. 고 씨는 “좌파들도 선거 때마다 연합한다. 핵심은 공천권 몇 개를 주는 것”이라며 “자유통일당, 자유민주당, 우리공화당, 자유와혁신 적어도 4개 자유우파 정당에 국민의힘이 (공천권을 일부) 양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통일당은 전광훈 목사가 주축이 된 당이고, 자유민주당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던 고영주 전 검사가 대표다. 우리공화당은 옛 친박계 조원진 대표가 주축이고, 자유와혁신은 황교안 대표가 이끌고 있다. 고 씨는 특히 국민의힘에 “시장·군수·구청장 단체장이 230개 정도인데 그중 한 30개 양보하면 된다”면서 대구·경북(TK)와 PK 30곳을 양보해야 할 지역으로 꼽았다.

물론 국민의힘이 주력 기반인 영남에서 기초단체장 30곳의 공천을 이들 군소정당에게 양보한다는 건 현실성이 낮아 보인다. 그러나 실현 여부와는 상관 없이 이들 맹윤 세력이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이런 압박을 강하게 펼칠 경우, 당내 분열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의병’이라 부르면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장 대표가 일부라도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일 경우, 당내 찬탄(탄핵 찬성), 반탄 세력 간 균열이 재점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은 특히 PK에서 상당한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이 해양수산부 이전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물량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야권 내부가 ‘윤 어게인’ 논쟁에 재차 빠져들 경우,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PK의 보수 표심이 갈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당이 내년 지선에서도 ‘이재명 정부 심판론’으로 전열을 정비하지 못한 채 퇴행적 이슈로 분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PK 지역 중도보수가 대거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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