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예비후보 지지를 요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갑준 사하구청장에게 법원이 직위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향후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이 구청장은 직을 잃게 된다.
11일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주관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구청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부정 선거 운동으로 징역형이나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직위를 상실하고, 향후 5년간 선거 출마가 제한된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2월과 3월 부산 사하구 한 청년연합회 전 임원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동향 후배인 이성권 당시 예비후보(현 국민의힘 국회의원)를 챙겨달라고 언급하는 등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에게 이 예비후보 지지를 요청하며 “같은 고향이니 잘 챙겨달라”며 “무조건 우리 편이 (당선)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선거 운동 규정을 위반할 때 엄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위로 선거운동을 하는 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를 요청한) 이성권 국회의원이 22대 선거에서 약 700표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며 “피고인 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구청장이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A 씨와 관련한) 보조금을 감액하거나 특별감사를 지시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A 씨가 속한 청년연합회는 사하구청으로부터 2023년 5100만 원, 노인복지센터는 2023년 6억 69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구청장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구청장 지위를 이용해 보조금을 지원받는 A 씨에게 특정 후보 지지를 요청한 사안”이라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 구청장은 1심 선고 직후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는 “선고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법원에서 법리에 따라 판단했다고 보지만, 항소는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억울한 부분이 있어도 재판부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며 “사하구 주민들에게 송구스럽고 죄송하고,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