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곡성군의 신입 공무원이 성폭력 피해를 봤으나 지자체가 이를 은폐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자가 또 다른 성폭행 피해를 본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공개한 '곡성군 정기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월 임용된 공무원 A 씨는 근무 한 달 만에 같은 부서 B 씨에게 성폭력(강간 미수)을 당했다.
가해자 B 씨는 업무를 잘하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던 A 씨를 "스파게티 먹으러 오라"며 집으로 불러 성범죄를 저질렀다.
업무 반장 역할을 하는 B 씨에게 "나쁘게 보여 좋을 일 없다"는 생각에 억지로 만났다가 성폭행 피해를 본 A 씨는 피해 사실을 곧바로 곡성군에 신고했다.
그러나 이 내용을 보고받은 유근기 당시 곡성군수는 "소문 나지 않게 조용히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관련 부서는 이 같은 군수의 지시가 "군수와 곡성군의 명예와 이미지가 실추될 우려가 있고 친구가 처벌받을 수 있어 군수가 소문나지 않게 사직서만 받고 조용히 처리하도록 지시하였다"고 생각하고, 가해자 B 씨를 징계 없이 사직 처리만 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B 씨는 이후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A 씨의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곡성군은 A 씨를 성폭력 피해를 당한 부서에서 5개월 더 근무하게 했고, 이후 다른 부서로 보냈다가 2022년 12월 다시 원 부서로 복귀시켰다. 그러면서 A 씨는 다른 공무직 직원들의 술 심부름 등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나이트클럽에 같이 가자" "보고 싶으니 일주일에 세 번씩 전화하라" 같은 성희롱도 당했다. A 씨가 성범죄 피해자라는 사실까지 유포돼, 가해자 부모가 A 씨를 찾아와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A 씨가 이런 사실을 곡성군에 알려도 아무 조치가 없었고, A 씨는 지난해 7월 새 근무지인 보건지소에서도 공무원 C 씨에게 강간 미수 피해를 당했다. 현재 C 씨는 재판 중이다.
A 씨 신고로 감사에 나선 감사원은 곡성군에 유 전 군수를 수사 의뢰하라고 요구하고, 해고 1명, 강등 2명, 정직 1명, 경징계 4명, 주의 2명 등 관련자 12명을 징계하라고 통보했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