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논란을 불러온 이기대 초입 고층아파트 개발 계획(부산일보 2024년 8월 27일 자 1면 등 보도)이 시민 반발과 지역 여론을 무시한 채 1년 만에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또 제동이 걸렸다. 부산시가 주택사업 심의에서 경관·건축 분야에 대해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25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 오전 ‘주택사업 공동위원회 심의’를 열고 아이에스동서(주)가 추진하는 이기대 고층아파트 개발계획에 대해 ‘조건부 심의·의결’ 결정을 내렸다. 심의는 주택사업의 최종 승인과 건축허가 절차에 앞서 타당성과 각종 도시계획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다. 심의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된다.
위원회에서는 경관·건축·개발행위·교통 총 4개 분야 심의가 진행됐다. 위원회는 3시간여의 심의 끝에 교통, 개발행위 분야는 의결했으나 경관, 건축 분야는 보류(재심의) 판정이 내려졌다. 시는 향후 두 분야를 통합한 소위원회를 열어 경관·건축계획을 재심의할 방침이다. 재심의를 위해서는 경관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공공기여 방안 등을 보완한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번 심의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신설된 경관 분야에서 집중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최고 28층 규모로 계획된 아파트가 이기대공원과 맞닿아 있어 해안경관을 가로막고 경관을 사유화한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건축계획 측면에서도 이기대공원과 연결되는 공공통로와 보행 동선 계획이 실질적인 시민 편의를 증진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재심의 결정은 사실상 시가 경관·건축계획 전반에 대폭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천혜의 자연을 지닌 이기대 일대 경관을 사유화한다는 비판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 여론을 고려할 때, 층수·용적률·건폐율 등 핵심 계획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번 위원회에서는 건축가·교수를 비롯해 교통·설비 전문가 등 총 24명이 참석했다. 통상 분야마다 5명 안팎의 전문가가 참석하는데, 이번 심의에는 경관 분야 전문가가 7명으로 참여해 비중 있는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경관·건축 분야에서 획기적 개선이 없다면 재심의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달라진 주변 상황과 심의 절차를 고려해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심의 결과에 대해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스카이라인 조정과 공공보행로 설치 등 경관 분야 요구 사항은 이미 여러 차례 보완해 왔음에도 여전히 지적이 이어져 아쉬움이 있다”며 “심의에서 나온 지적 사항은 논의를 통해 추가 반영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시민사회는 시의 재심의 결정을 반기면서도, 향후 심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경관 훼손 우려를 철저히 따져보고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야 한다고 요구한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서지연 의원은 “심의 결과 시가 경관·건축계획을 보다 심도 있게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시가 이기대 공원과의 경관 조화를 엄격히 따져보고 재심의에 있어서도 명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