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선출 예정인 시당위원장 경선과 내년 부산시장 후보를 두고 공개 저격 글이 줄줄이 올라오면서다. 지역 여권 내 권력 지형 개편이 본격화될 지 부산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9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최택용 기장지역위원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시장 출마를 위해 시당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을 직격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년간 민주당 부산시당은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며 “성찰과 반성 없이 당원들에게 감추고 넘어간다고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최 위원장과 이 전 시당위원장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시당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경선에서 맞붙은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처음으로 민주당 당대표로 첫 취임한 1기 지도부 원외대변인, 이 전 시당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영입 인재인 만큼 당시 두 사람은 4자 구도 속에서 치열하게 친명 주자 선명성 경쟁을 벌였다. 결국 이 전 시당위원장이 민주당 내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혁신회의)의 지원을 받아 구친명계로 꼽히는 최 위원장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면서 그는 부산 내 신이재명계로 부상했다.
신구 친명 인사 간의 갈등은 시당위원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도 벌어졌다. 지난해 10·16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자리에 초대 받으며 전략 공천을 확정한 김경지 전 금정지역위원장은 이번 시당위원장 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유동철 수영지역위원장을 직격하고 나섰다. 김 전 지역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더민주부산혁신회의 주최 토크 콘서트에 유 지역위원장이 더혁신정치학교장 자격으로 참석한다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올리며 “부산시당위원장 선거를 위한 것으로 오해 받기 딱이다”면서 “적절치 않다. 철회가 마땅하다”고 했다.
유 지역위원장은 2014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 정책자문으로 합류해 오래된 친명계 인사이기도 하지만 2024년 총선에서는 이 대통령 영입 인재로 수영에 출마한 뒤 전국 혁신회의 공동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어 신친명계로 분류된다.
그간 부산은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본산인 만큼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주류 자리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이재명 정권 출범 이후 이들이 2선으로 물러나면서 친명계 인사들이 전면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친명계 인사들 대부분이 지방의회나 기초단체장 출신으로 국회 경력이 전무한 까닭에 구심점 역할을 맡을 사람은 없었다. 이 떄문에 구심점 부재 문제는 부산 여권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왔으며 물밑에선 이미 이들 사이에서 계파 갈등과 관련한 이상 기류들이 감지돼 왔다.
이처럼 여권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연쇄 충돌하면서 지역 정치권에서는 향후 정치 지형 재편에 미칠 내홍의 여파에 긴장하고 있다. 당장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에 선출될 시당위원장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선출되는 시당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막중한 자리인 까닭에 주도권을 잡는 쪽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부산 여권은 물론 지역 정가에서 최근 일어난 사태에 시선을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