돗대산 등 산악 지형에 근접해 착륙하는 탓에 대형 사고 위험성이 높은 김해공항 ‘선회접근 착륙’ 횟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약 7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선회접근 착륙 횟수를 넘어섰는데, 2002년 돗대산 사고와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가덕신공항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부산일보〉가 입수한 최근 5년간 김해공항 민항기 착륙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17일 기준 올해 김해공항에 착륙한 민항기 2만 7281대 중 5557대(20.4%)가 선회접근으로 18L/R 활주로에 착륙했다. 약 7개월 만에 지난해 18L/R 활주로 착륙 횟수(531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김해공항에 착륙하는 방법은 다대포해수욕장과 을숙도를 거쳐 36L/R 활주로에 착륙하는 것과 남해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선회접근해 18L/R 활주로로 내리는 것 두 가지다.
관제 당국은 김해공항 일대에 14.816km/h 이상의 남풍이 불 경우 착륙 안전을 위해 맞바람을 받도록 18L/R 활주로로 착륙을 유도한다. 18L/R 활주로 착륙을 위해서는 항공기가 산악 지형과 인접한 김해공항 활주로 북쪽 상공에서 우회전한 뒤 남쪽으로 내리는 이른바 ‘선회접근’을 해야 해 착륙 난도가 높다.
선회접근 착륙은 △2020년 2413대 △2021년 2732대 △4134대 △2023년 4468대 △2024년 5310대로 매년 증가 추세로, 5년 동안 2배 이상 늘었다. 비중 또한 늘어나고 있는데, 2020년에는 전체 착륙 민항기의 8.8%만 차지했지만 2024년 11%까지 증가했다.
항공업계는 선회 착륙 횟수가 늘어나면서 공항 전반의 사고 위험성도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김해공항의 크고 작은 착륙 사고는 대부분 선회접근 착륙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2년 4월에는 중국 민항기가 선회접근 중 돗대산과 충돌해 129명이 숨졌다. 지난 6월에는 대만 중화항공 소속 여객기가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나 돗대산과 1km 남짓한 거리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복항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대만 언론은 2002년 악몽이 되풀이될 뻔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준사고는 2건인데, 모두 선회 비행 중 발생한 활주로 오착륙이었다. 항공기 준사고는 항공기 운항 중 안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었던 사고를 말한다.
현직 조종사 A 씨는 “낮은 고도에서 급격한 선회가 이뤄지는 동안 착륙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활주로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주로 남풍이 부는 여름철에는 조종사 눈과 감각에 의존해 착륙해야 할 때도 있다”며 “바람 영향에 따라 돗대산 쪽으로 항공기가 치우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회접근을 유발하는 남풍은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데, 남풍 빈도의 증가는 우리나라에서 여름이 길어지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오래 지속되는 등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부산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이효정 교수 연구팀이 김해공항과 인접한 부산 북구 덕천동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기록된 여름철(6~8월) 기상 관측 자료를 1996년부터 올해까지 30년간 분석한 결과에서도 남풍 계열 빈도 증가가 확인됐다.
항공 전문가들은 김해공항의 착륙 환경이 악화되는 만큼 가덕신공항 조성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라대 항공운항과 김광일 교수는 “남풍 빈도가 늘며 선회접근 착륙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착륙 직전 명령 재확인 절차 강화, 불안정한 접근 시 적극적인 복행 지시 등 안전을 위한 관제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나아가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 등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